김 형 란 / 탑동초등학교 교감

▲ 김형란
차창을 열고 달리는 출근길에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풍겨온다.
그 향기의 진원을 찾아 고개를 돌리자 눈에 들어온 것은 야산 기슭에 뭉실뭉실 피어 있는 밤꽃무리. 개나리, 진달래를 시작으로 봄을 보내고 아카시아, 장미에, 이제는 밤꽃 차례다.


자연이 보여주는 꽃 시리즈는 겨울에도 그치지 않고 눈꽃으로 이어지니 그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하지만 벌들이 꿀을 다 챙기기도 전에 장마가 닥쳤다.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밤꽃냄새를 뒤로 하고 학교로 향한다.


벌써 장마가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어느 새 한학기가 다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새 학년을 시작하면서 가르치고 싶은 것, 해주고 싶은 것이 참으로 많았는데……. 순간 급해진 마음이 아이들 곁으로 달려간다.

장마가 시작되면 아이들의 생활태도에도 변화가 온다. 한시반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아이들이 실내에서만 지내야 하니 몸살을 한다.


평소보다 교실 안은 더욱 시끌벅적해지고 주의집중력도 떨어진다. 담임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을 구슬려 어떻게든 학습효과를 높여주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며, 아이들한테 눈을 떼지 않고 보살피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진다.


학교에 도착하여 교내를 한 바퀴 돌아본다.
복도를 지나는 아이들의 인사 속에는 아직 장마의 지루함이 배어있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저만치에서 서너 명의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복도를 점령하며 걸어온다. 순간 그 모습이 눈에 거슬려 한 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자, 한 줄로 서서 왼쪽으로 걸어야지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아이가 아주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는 친구거든요. 그래서 사이좋게 가려고요.”
나는 할 말을 잊고 멀어지고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친구라서 사이좋게 간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질서’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손을 억지로 떼어 따로 세우기에는 ‘친구’ 라는 말이 너무나도 정겹다. 친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그런데 그 ‘친구전선’에 이상이 생기고 있으니 걱정이다. 친구를 사귀고 돕기는커녕 일부러 괴롭히거나 따돌리기도 한다.


그 속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스스로 설 힘을 잃는 아이도 생긴다.
이 모든 게 사회 변화 때문이라고 쉽게 탓을 돌리지만 이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친구 사귐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정성을 보였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이 아닐까.


이제 아이들에게 ‘益者三友’의 지혜를 가르쳐야겠다.
아이들 앞날에 도움이 될 益者三友가 있다면 그들의 인생길이 보다 더 윤택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우리 자녀가 다른 사람에게 益者三友가 되도록 하는 일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

*益者三友(도움이 되는 세 벗)
友直, 友諒, 友多聞(정직한 벗, 성실한 벗, 견문이 많은 벗)
論語 季氏編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