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는 순간부터 의료 선택권이 없는 당진
의료진의 수준 높은 서비스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엄마는 그 어떤 전문가보다 강하다. 살림과 육아의 최전선에서 책임을 갖고 가정의 안전을 위해 모든 잡학지식을 쌓는 엄마들. 그래서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외의 지식을 얻게된다. 

당진에는 환경문제를 비롯한 사회, 경제 등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그럴때마다 지자체와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앞세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말한다. 때로는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고, 책에 나올 법한 얘기들로 말이다.

하지만 경제, 부동산, 환경, 육아 등의 문제를 직접 부딪히며 살아가는 엄마들은 진짜 해결방안을 내놓을 때가 있다. 기자도 몰랐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그녀들.이에 본지는 매월 1회 어울림여성회 회원(엄마)들과 당진의 현안들을 가지고 자유로운 소통의 시간을 갖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사진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희, 오윤희, 김진숙, 홍명희, 정로금, 이혜경
사진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희, 오윤희, 김진숙, 홍명희, 정로금, 이혜경

●지나영 기자
당진에 제대로 된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많다. 엄마들은 어떤 부분에서 당진 지역의 의료 시설이 다른 지역보다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나?

●홍명희
우선 당진 지역 여성들은 출산을 준비하고 하는 순간까지 산부인과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당진에 출산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단 한 곳이니까. 그리고 출산 이후에도 산후조리원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없다. A혹은 B, 우리에겐 다른 대안이 없다. 그래서 주위에는 출산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마치고 오는 분들이 있다.

●김진숙
지인의 자녀가 운동하다 다쳐서 팔에 실금이 갔다. 그러나 당진에 한 정형외과는 실금이 간 것도 몰랐고, 서산의 한 병원에서는 큰일 아니라는 듯이 넘겼다. 결국 아이는 서울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고, 지금은 팔이 구부정해졌다. 이러한 오진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이것은 의료기관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믿을 수 있는 의료진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오윤희
결국 당진 시민들은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당진 시민들은 턱없이 부족한 의료기관으로 인해 생명의 위험부담을 갖고 당진에서 살아야 한다. 당진 인구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기관의 부재와 신뢰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것도 인구 감소의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나 싶다. 

●홍명희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신체적으로 아파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외에 성장발달을 상담 받을 의료진도 필요하다. 그러나 당진에는 성장 클리닉과 같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곳이 없다. 요즘 소아비만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런 문제로 상담을 받아보고 싶어도 다른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혜경
아이를 키우고 소아과를 몇 번 다니면서 느낀점은 ‘소아과는 부지런한 엄마만 다닐 수 있겠다’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당진에 인기 있는 소아과의 진료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부모들이 줄을 서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어플로 진료를 예약하니까 그나마 낫다. 특히 당진에는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병원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당진 엄마들은 내 아이를 믿고 진료 볼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한참을 소아과 유목민으로 지내야 한다.  

●오윤희
당진보건소에 따르면 당진에 있는 소아과는 이미 많다는 의견이다. 다만 사람들이 몰리는 곳만 몰리니까 예약하기 힘들고, 다니기 힘들다고 하는 거라고 말했다. 이것도 의료진의 신뢰도와 수준에 환자들이 이동하는 것 같다.

●홍명희
병원마다 처방을 하는 방식과 진료 스타일이 다르다. 그러다보니 내 아이에게 알맞은 양의 약을 적절히 잘 처방하는 곳을 찾아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유목민이 되는 것 같다.

●정로금
저는 석문면 통정3리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곳은 시내와 떨어져 있는 마을이어서 병원은 없고 보건소만 있다. 그나마 최근 약국이 생겨 급한 상비약은 구할 수 있게 됐다. 시내와 분위기가 참 다르지 않나? 어르신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아이들도 있지만 의료기관과의 접근성은 한참 떨어진다. 물론 인구 따라 병원도 운영되겠지만, 지역의 작은 마을이 느끼는 의료갈증을 보건소의 수준 높은 서비스로 풀어주는 것은 안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나영 기자
그래도 다행이라면 성모병원이 확장 이전이 예정되어 있으며, 내년에는 소아전문병원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본지의 보도도 있었다. 

●이영희
저는 당진에서 태어나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당진의 변화를 그대로 보고 느끼며 살았다. 당진 의료기관 시설 및 의료진 수준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19년 전 제가 첫 아이를 출산할 때 긴급 수술을 받아야만 했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자리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는 타지에 있었던 마취과 선생님에게 연락해 급히 불렀고, 2시간 동안 선생님을 기다리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수술을 받았다.

●오윤희
당진의료기관의 질적 서비스는 굉장히 좋아졌다고 느낀다. 당진시보건소도 여러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민이 한정적이라는 점과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지나영 기자
그렇다면 엄마들이 생각하는 당진 의료갈증 해소 방안은?

●오윤희
우선 보건소의 기능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통정3리처럼 시내와 떨어진 작은 마을에는 병원이 없다.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조금만 아파도 이른 아침부터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건소의 의료 수준을 높인다면 감기와 같은 질병이 걸렸을 때 굳이 시내까지 나가서 진료를 봐야하는 불편함은 줄어들지 않을까?

●김진숙
그런 점에서 시가 인물을 키워내는 장학 사업을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당진 지역 출신의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일정 기간동안 공공보건의로 당진에서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면, 당장은 아니어도 몇 년 후에는 수준 높은 의료진을 당진으로 유입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윤희
당진보건소에서 다른지역으로 이동하며 이용하는 응급차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낮다고 한다. 물론 이용하기 위한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만큼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시에서도 이러한 좋은 체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차등을 두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앞장서주면 좋을 것 같다.

●이영희
저는 당진에서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료진에게 부탁 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 최상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를 바란다. 당진은 어르신 인구가 많은데 심장 질환과 같은 중증 치료를 받는 분들은 다른 지역의 상급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간다. 더 나은 의료 기술과 의료진을 유입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앞장서주길 바란다. 그리고 의료진이 불친절하다고 언급되는 의료기관이 있다. 서로 좋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마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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