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이와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
조심스럽기에 소중한 만남...고춧가루부대를 만나다

대한민국은 모두가 제각각인 학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당진신문에 아름숲기자단으로, 통일부기자로 기사를 내던 다은이와 같은 학교 선배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과는 다른 즐거운 공부에 대한 것이다. 서툴지만 궁금해지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로 편견 없이 대안적 교육을 경험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대안학교 학부모 김영경  ※이 기획 기사는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에 연재됩니다.


이지윤 간디중학교 2힉년
이지윤 간디중학교 2힉년

[당진신문=이지윤 간디학교 12기] 한 달간의 긴 도보를 끝내고 2주 동안 휴식을 가졌다. 언제 더웠냐는 듯, 제법 선선해진 날씨에 시간이 부쩍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2020년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가 10월이 되도록 끝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만개한 벚꽃 때문에, 휴가철이라고, 황금연휴여서, 명절이어서... 매번 이번 주가 최대 고비라는 뉴스를 되풀이해서 듣다 보니 이런 상황이 조금씩 무뎌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코로나가 곧 끝날 거라는 기대보다는 지금의 일상에 적응 하는 게 빠를 거라는 포기를 배우고 있다. 오죽하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라는 말이 생겼을까? 온 세상이 불안과 공포로 사로잡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1단계로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일상의 제약이 강화되고, 경제와 삶은 어렵기만 한 시국이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공동체가 간절히 요구하는 규범을 준수하며 조심스러운 만남을 준비한다. 조심스럽기에 이 만남의 시간이 소중해 진다. 4주간 생활할 짐들을 들고, 메고, 버스타고, 택시타고, ktx까지 타서 드디어 내가 도착한 곳은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고춧가루부대.

<세상의 편견에 매콤한 고춧가루를 뿌린다>는 의미를 가진 교육 극단이다. 간디학교는 해마다 3학년 때 뮤지컬 공연을 고춧가루 부대와 함께 진행해왔다. 각 기수마다의 성향과 특성을 중심으로 그에 맞는 연극을 선택해 1주일 동안 몰입해 공연을 한다. 이번 12기는 국내 이동학습 중 한 과정으로 직접 고춧가루부대의 현장을 찾아가 4주 동안 뮤지컬을 배운다.

우리는 1학년 때부터 생태, 환경에 대한 주제로 여러 수업들을 진행해왔다. △“인생후르츠“ 다큐멘터리를 부모님과 함께 보기 △플라스틱 없는 삶,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고기로 태어나서, 그레타 툰베리 책읽고 이야기 나누기 △수경스님의 발우공양과 공양송 실천하기 △생명과 평화를 위한 지리산 도보 등 이러한 과정들을 통합해 이번 뮤지컬은 그레타 툰베리를 주인공으로 한 기후변화에 대한 뮤지컬을 공연할 예정이다. 막상, 호기롭게 배우러 왔지만 뮤지컬과 우리는 서먹서먹 낯설기만 하다. 서로 쭈뼛쭈뼛 눈치만 본다.

뮤지컬을 배우기 전, 연극치료로 마음열기 시간을 가졌다. 연극치료라는 말에 연기를 해야할까봐 걱정이 앞 섰는데 연기보다는 놀이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한 친구가 자신을 아프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속마음을 툭 꺼내 놓았다.

내가 가족의 모습으로, 가족이 나의 모습으로..나에게 이야기 걸어 보며 타자가 되어 보는 것. 친구의 연극치료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감정이입하며 공감하는 것과 내 속의 소모적인 감정을 끄집어내 털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심리적인 문제가 치유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용기 낸 친구처럼, 무대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면 변신을 해야만 한다. 변신을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알고,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난 무대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행사 때도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뒷바라지 해주는 걸 더 좋아한다.

한 번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이 뮤지컬이 낯설고 겁이 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세계를 알 수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자신다워지는 것을 못하고 살아 온 것 같다. 사랑받기 위해,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생존전략을 펼치며 산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비난하지 않는 이곳에서 도전해 보는 것, 실험해 보는 것, 낯선 환경과 낯선 시도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려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지금은 고춧가루부대와 함께 무대에 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어 나를 드러내 볼 시간이다. 4주 뒤, 무대 위에 서 있을 나의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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