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이와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

대한민국은 모두가 제각각인 학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당진신문에 아름숲기자단으로, 통일부기자로 기사를 내던 다은이와 같은 학교 선배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과는 다른 즐거운 공부에 대한 것이다. 서툴지만 궁금해지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로 편견 없이 대안적 교육을 경험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대안학교 학부모 김영경  ※이 기획 기사는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에 연재됩니다.


간디학교 13기 이다은
간디학교 13기 이다은

[당진신문=이다은]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한 가지 주제로 큰 활동을 한다. 1학년은 도보, 2학년은 이동학습, 3학년은 졸업작품과 논문으로 한 학기를 보낸다. 1학년은 매번 지리산 종주 도보를 떠났지만,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져 여러 고민 끝에 안정적인 울릉도로 가게 되었다.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방학 내내 아무 생각 없다가 일정이 정해지자 당황할 틈도 없이 짐을 싸고, 친구들과 반티와 깃발을 디자인해 제작하고, 도보곡 버스킹을 연습했다. 선생님이 도보는 미니멀리즘을 경험하고, 자신과 마주하며, 주변 사람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9월 14일 8박 9일의 도보가 시작되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

도보에 떠나기 전 본 글에서 ‘울릉도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어요’라고 쓰인 걸 본 적이 있다. 마치 그 말을 증명하듯이 9월 15일에 우리가 타고 갔어야 하는 배가 파도에 의해 뜨지 않았다. 처음 1시간이 미뤄지고, 2시간까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항구에서 5시간 이상은 기다렸던 것 같다. 

친구들은 자신의 짐을 베개 삼아서 잠을 자기도 하고, 주변을 걸어 보며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오늘은 배가 뜨지 못한다는 공지가 떴고, 우리는 항구를 떠나 근처 펜션에서 하루 묵었다. 친구들과 만든 저녁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내일은 꼭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도보 첫날을 끝냈다. 자기 전 삼대의 덕을 다시 한 번 믿어 보기로 하고 멀미약을 먹었다.

바다를 건너 울릉도로

오늘은 배가 꼭 뜰 것이라며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의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황급히 짐을 싸고, 항구로 걸어갔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우리는 배에 탈 수 있었다. 배에 타 가방을 내려놓는데, 승무원분이 우리에게 봉투를 주셨다. 처음엔 ‘토하는 사람도 있나 보다’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렇게 출발하고 10분이 지나고, 내 앞, 뒤, 양옆 친구들이 봉투를 부여잡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뱃멀미를 하지 않았지만,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보니 멀미가 전염되기라도 한 듯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멀미가 시작되기 전에 울릉도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왔고, 도보팀은 울릉도에 첫발을 디뎠다.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울릉도 도착에 신이 났다. 

계속 걷다 보면?

계속 걸었다. 나리분지, 알봉, 해안도로, 성인봉 등등 걷고 또 걸었다. 울릉도는 평지보다는 오르고 내리는 길이 많아 더 힘들었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밥을 하고 치우고, 모임을 하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걸어 어깨에 멍이 들고, 다리는 근육통이 왔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각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쉬는 시간마다 몇몇 친구들은 물과 행동식을 먹으며 멍 때리는 것이 보인다. 점심시간이 되면 멸치와 명이 장아찌로 만든 도시락을 먹는데, 오래 걸어서 그런지 도통 입맛이 없다. 그래도 밥을 먹으면 다시 걷는다. 중간중간 2만원의 돈으로 짝과 울릉도 특산물인 오징어와 호박엿, 호떡 등을 사와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과 서로의 박자를 맞추며 길거리 버스킹을 하면서 다시 걸을 힘을 얻는다. 

어느 날은 바라만 보던 에메랄드빛 바다에 들어가 신나게 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추워진 몸을 서로의 온기로 올리면서도 장난은 멈춰지지 않는다. “어디서 왔냐, 울릉도는 어떠냐”라며 말을 건네주신 분들도 많았다. 관심과 응원에 또 힘을 얻는다.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근육통 때문에 아픈 다리, 걷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걸어서 짜증스러웠다.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서로를 챙기는 친구들과 무심한 듯 살피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은 지친 모습에도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함께여서 가능했던 도보여행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도보를 가면 진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라는 말은 맞았다. 힘들고 지칠 때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준 우리,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 해안도로에서 본 바다 빛, 자기 전 들려오는 파도소리, 작은 마을들. 왠지 나는 이곳에 다시 오게 될 듯싶다. 혼자여도 우리가 된 기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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