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이 지난 달 28일 농업기술센터 농원관에서 ‘2009년도 군민이 참여하는 예산편성방향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 취지는 높이 받들어 마음껏 칭찬해 마지않을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그 결과가 그러하지를 못하여 심히 유감스럽다.


2009년도 예산편성을 하기 전에 먼저 시민들로부터 예산편성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정작 시민들은 실종된 채 외부전문가를 초청하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강연회로 전락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결국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과 함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는 비아냥거림을 사고 말았다.

 토론회장에는 당진군수를 비롯한 공무원 100여 명이 참석을 하였고, 소수의 군민들 얼굴이 보였을 뿐 당진군의회 의원들은, 물론 합당한 사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명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토론회는 행정 복지 농업 경제 문화 환경 등의 부문별로 나누어 한서대 신성대 공주대 충남발전연구원 등에서 나온 교수 등 전문가 6명이 각각 주제발표를 한 후에 방청석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주제발표자들이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형식으로 다소 무료하게 진행되는 동안 군민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하여 발표가 끝날 즈음에는 공무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양이 연출되었다. 토론이 시작되었지만 공무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고, 질의를 할 수 있는 군민은 보이지 않았다.


이 ‘예산편성방향 정책토론회’는 ‘군민이 참여하는’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는데, 정작 군민의 참여는 유명무실하게 되어 예년과 다름없이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되고 만 것이다. 좋은 전통이나 방식은 존중하고 이어받을 가치가 있다 하겠으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 나은 수정이나 변화 없이 같은 모양으로 답습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예산낭비에 시간낭비를 더할 뿐일 터이니까. 경험을 쌓고도 군은 왜 더 실효성 있는 토론회를 만들지 못하는가. 의지 부족인가 성의 부족인가.
지난번에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는 194명이 참여하여 60%인 117명이 군살림을 조금 아는 정도라고 답했다고 한다.(그만큼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다. 물론 194명의 응답수준이라면 반영할 가치도 없는 수치이다.)


이번 ‘예산편성방향 정책토론회’를 보면서 군당국의 좀 더 진중하고 심도 깊은 문제접근의식과 성의 있는 실천의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정작 의견을 제시할 당사자인 당진군민이나 당진시민단체 등이 배제된 채, 외부 인사를 불러놓고 당진군의 예산편성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군민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는 한 군민의 말을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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