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민 경찰 ‘김기태’ 씨 
도주차량에 매달려 끌려가기도
잡고나니 0.161% 만취 상태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8월 24일 오후 4시경 송산면 삼월리 인근 식당 앞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 A씨(60대)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61%의 만취 상태로 20여분간 세 번의 도주와 위험한 추격전을 벌이다 검거됐다. 무면허에 무보험 상태였다.

A씨는 삼월리 인근 식당 앞에 주차된 포터 차량을 먼저 들이받고, 이후에 후진을 하면서 김기태 씨(29살)의 SUV차량을 충격했다. 이로 인해 김 씨의 차량은 전면부가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운전자는 사고 직후 그대로 차량을 몰아 현장에서 도주를 했고, 김기태 씨는 경찰에 신고 후 A씨의 차량을 쫓았다. 

삼월리 사고현장에서 1.7km 떨어진 유곡리에서 A씨의 차량을 멈춰 세웠지만 운전자는 술에 취해 눈이 풀려 있었고, 상의는 벗고 있던 상태였다.

김기태 씨는 “차량을 멈춰 세운 A씨는 차에서 내려 저에게 ‘내 집에 오면 돈을 주겠다. 그러니 나를 보내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며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더니, 때리려는 제스쳐를 취했고 제가 잠시 주저한 사이에 차에 다시 탑승해 도주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A씨는 차량을 몰고 다시 도주를 했고, 김씨는 운전자의 도주를 막다가 차량에 매달려 끌려가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끈질기게 약 600m가량을 쫓아가 유곡리 중명아파트 앞에서 A씨의 차량을 멈춰 세웠지만 또다시 도주했다.

김기태 씨는 “이후 경찰관들이 출동했고, 마지막 도주 과정에서 또 다른 시민이 함께 추격했다. 결국 운전자는 유곡리의 주유소 인근에서 저와 경찰차 그리고 시민의 차량에 가로막히면서 도주를 멈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도주한 경로는 평소 차로와 도보의 경계가 없고, 무엇보다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어 인명피해 등의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장소였지만 다행히 인명피해 및 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김기태 씨는 “운전자는 도주하는 내내 곡예운전을 했고, 차선을 넘나들며 속도 높여 달렸다”며 “도주하던 길은 왕복 2차선 도로에 인도가 없어 주민들이 차도로 이동하기도 하는 곳이어서 함부로 속도를 올려 앞지르기를 시도하며 쫓아가기도 힘들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의 음주운전은 자칫 잘못 없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라며 “당시 상황에서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모든 분들이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17일 당진경찰서는 음주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차량을 추격해 붙잡은 김기태 씨와 시민 최씨를 ‘우리 동네 시민 경찰’로 선정했고, 경찰서로 초청해 표창장과 기념 흉장 및 부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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