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행정 드러난 당진시의 사회복지”
“전시 행정 드러난 당진시의 사회복지”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0.09.27 19:00
  • 호수 13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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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에서 외국인이 지적장애 여성 성추행...주민들 “답답한 복지행정” 지적
지난 2월 통합사례회의 후 땜질식 처방에 비판...“합덕읍의 답답한 복지행정” 지적
원룸이사 후 안전조치도 없이 방치...장애인권익옹호기관 “경찰서에 통보 했어야”
합덕읍 “직원들 최선 다해...주말에 원룸 찾아가 어머니 기저귀 갈고 병간호 하기도”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지난 16일 저녁 11시경 합덕읍에 위치한 원룸에 혼자 지내고 있던 A씨의 집으로 옆집에 거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침입했다.

A씨가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에 의하면 가해자는 강제로 A씨를 껴안고 몸을 만지며 하의를 벗기려 했고, “같이 술을 먹자”며 가해자의 집으로 A씨를 강제로 데리고 가려는 시도를 했다.

이에 A씨는 강하게 저항했고, 가해자가 자신의 집에서 나간 것을 확인한 A씨는 저녁 12시 30분경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합덕파출소와 당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은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가해자는 현재 검찰로 송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이 안타까운 것은 피해자 A씨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던 지적 장애인이었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 A씨와 어머니가 거주했던 온갖 쓰레기와 쓰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던 오래된 여관.
지적장애인 A씨와 어머니가 거주했던 온갖 쓰레기와 쓰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던 오래된 여관.

A씨와 어머니는 온갖 쓰레기와 쓰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던 오래된 여관에서 거주했다. 특히 지적장애가 있었던 A씨는 어머니가 일을 하러 나가는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집 안에서만 지내야만 했던 사연이 올해 2월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받았었다.

이후 2월 합덕읍은  통합사례회의 이후 A씨의 여관의 부엌 수도꼭지, 마당 수도, 형광등 교체를 진행했고, 남부사회복지관은 한달에 한번 음식 지원과 대문, 중문, 부엌 창문 수리 등을 실시 했다.

또한 A씨를 대상으로 위생교육, 청소교육, 생활 교육 등 장애인복지관 프로그램 참여로 사회성 및 자립성 향상을 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A씨의 이웃들은 “합덕읍이 제대로 행정 업무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일러실에 물찼는데 ‘물동이로 퍼내라’고만 하더라”

평소 A씨를 지켜보며 돌봐줬다는 에어스트림투유의 문병선 대표는 “2월 합덕읍의 통합사례회의 이후에 A씨는 주 1회 당진장애인복지관으로 교육을 받으러 다니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설 폐쇄가 되어 몇 번 다니지 못했고, 결국 사회화 훈련도 제대로 다 받지 못했다”며 “여관에는 온갖 물건들이 쌓여있고, 화장실은 수세식에 식기도 오래 되고...주거환경 개선 조치는 하지 않았는데, 회의를 하면 뭐하냐”고 비판했다. 

A씨의 장애등급 판정에서도 문병선 대표가 먼저 나섰다. 지난 4월 문병선 대표는 직접 A씨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고, 뒤늦게서야 개입한 합덕읍에 의해 A씨는 ‘지적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합덕읍의 소극행정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8월 13일 폭우가 내리던 날에 약 2m 높이의 여관 지하 보일러실에 물이 가득찼지만 이를 전해들은 공무원의 대답은 “물동이로 퍼내라는 것”이었다. 

그날 도움을 요청받았다는 이웃주민은 “A씨의 전담 공무원에게 연락해 당시 집 상황을 설명했더니, 공무원은 머뭇거리며 집에 와서 보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A씨에게 물동이로 퍼내라고 말해달라’고만 하더라”며 “하지만 물동이로 퍼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어떻게 직원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사한 A씨
합덕읍의 이사 조치 적절했나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의 어머니가 전염병인 ‘옴’ 진단을 받아 지난 8월 19일 병원측에서 합덕읍에 퇴원조치 사실을 알렸고, 20일에 합덕읍은 A씨의 돈으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원룸을 구했다. A씨가 거주하던 곳은 퇴원할 어머니와 같이 지내기에 어려웠기 때문이다.

문병선 대표는 “A씨는 30여년간 살아온 집을 떠나 이사해야 했고, 더욱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어머니의 간병을 맡아야만 했다”며 “그동안 A씨가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화 훈련이 덜 끝난 상황에서 장애 여성에게 어머니의 기저귀를 가는 간병을 시킬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은 지적장애인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업무”라며 “A씨는 기저귀를 갈다가 축격을 받아 집을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인 A씨와 어머니가 거주했던 온갖 쓰레기와 쓰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던 오래된 여관.
지적장애인 A씨와 어머니가 거주했던 온갖 쓰레기와 쓰지 않는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했던 오래된 여관.
A씨와 어머니가 밥그릇으로 사용한 플라스틱 두부 용기
A씨와 어머니가 밥그릇으로 사용한 플라스틱 두부 용기

하지만 합덕읍 관계자는 “A씨는 지난해 어머니가 병원 입원 이후 계속해서 ‘엄마를 퇴원시켜서 보살피겠다.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해 왔고,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병간호를 맡긴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룸을 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지환 합덕읍장은 “기존 집은 상태가 워낙 좋지 않은데, 몸이 불편한 어머님의 건강과 위생을 고려해 급히 원룸을 구했지만, 앞에 24시간 편의점도 있어 위험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며 “더 좋고 안전한 곳으로 고르고 싶어도 A씨가 돈 쓰는 것을 반대하고, 게다가 장애인이 입주한다고 하면 꺼리는 집주인들이 많아 겨우 원룸을 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A씨가 살던 원룸은 한낮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문 골목에 위치해 있으며, 편의점에서 약 30m 떨어져 있다.

지난달 24일, 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재입원 후에 A씨는 원룸과 원래 집을 오고 가며 지냈다. 결국 지난 16일에 A씨는 홀로 남겨진 원룸에서 성추행 사건을 겪게 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박수진 관장은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혼자 자립해 살고 있기 때문에 혼자 원룸에서 거주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독거 여성장애인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했는지가 중요한데, 합덕읍은 경찰서에 따로 얘기하지 않았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복지공무원 “최선 다해 책임졌다”

주민들의 주장에 합덕읍은 “읍은 종합업무를 다루는 곳으로 업무의 연장선에서 직원들은 최선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A씨의 사례관리를 두고 합덕읍 관계자는  “장애 등급 판정을 받기 전에 진행된 2월 회의에 참석한 담당자들은 A씨가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기에 경미한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그래서 당장 시설 입소보다 사회에 더 적응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었고, 읍에서는 지원 할 수 있는 점이 한계가 있기에, 복지관이든 기관에서 A씨를 케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애인 복지관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게 한 것”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4월 장애판정 이후 진행된 8월 솔루션에서 나라에서 제공하는 집을 해주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모녀의 재산이 있어 수급자 선정이 되지 않아 도움을 줄 수 없었고 A씨가 직접 거주지를 결정해야 하지만, 돈에 대한 애착이 강해 돈 쓰는 것도 꺼려했다”며 “결국 8월 회의에서는 A씨의 사회적응활동을 돕는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일상생활에 적응 시키는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달 장마 기간 중 폭우가 내린 날 연락을 받았다는 담당 주무관은 “매년 A씨 집의 보일러실에는 물이 차오르고,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라는 의미에서 물동이로 퍼내라 한 것”이라며 “나중에 현장에 나가기는 했었다”고 답했다.

합덕읍 관계자는 “담당 주무관은 A씨가 가출하고 원룸에 없는 주말에 직접 원룸을 찾아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병간호를 대신 했다”며 “장 주무관은 그때의 힘겨움으로 이틀간 쉬기까지 했다. 어느 공무원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고 설명했다. 

문병선 대표는 “어머니가 쓰러지고 A씨는 혼자 일상생활을 하며 지내며 합덕읍은 제대로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전담 공무원은 사례관리하는 장애인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처를 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다양한 차별과 범죄에 노출 위험이 높은 만큼, 쉼터에서 퇴소할 A씨를 위한 합덕읍의 공적 서비스가 제대로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