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상 수상
“빗장, 코로나19 감염 피해 나오지 않는 우리 모습 빗대”

“배움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배움을 다시 시작하고 지식이 넓혀지면서 이제는 제가 가진 재능으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라는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죠”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해나루시민학교 믿음 2반(중등반) 김영옥 씨(49세)가 교육부와 국가평생진흥원이 주최한 제9회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은 유네스코가 문해교육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정한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을 기념해, 성인의 문해교육 참여 확대와 문해교육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대한민국 문해의 달이 선포된 것에 맞춰 진행됐다.

이번 시화전은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보내는 우리 사회, 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글 한 걸음, 소통 두 걸음, 희망 세 걸음’이라는 주제로 시화 작품을 공모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 10명, 특별상 40명, 우수상 59명 등 총 109명이 선정됐으며, 해나루시민학교의 김영옥 씨의 작품 <빗장이 열리는 날>이 우수상을 받았다.

김영옥 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이동을 자제하고, 집 밖을 나오지 않는 현재 상황과 금방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 확산 장기전에 대한 답답함을 ‘빗장을 걸어 잠근다’에 빗대어 표현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시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옛날 할머니가 빗장을 걸어 잠그라고 말씀하신게 떠올랐어요. 빗장을 사전적 의미로 찾아보니 지금 우리들이 처한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여겨졌고요. 그래서 빗장에 빗대어서 시화 작품을 만들었는데,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게 될 줄 꿈에도 몰랐어요”

김영옥 씨는 시화전에서 받은 우수상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이라며 가족과 해나루시민학교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김영옥 씨는 그동안 마음 속에 짊어지고 있었던 학력에 대한 아쉬움이 이제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강화도에서 태어나 충남 부여군에서 자란 김영옥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졸업 후 곧바로 일을 시작한 김영옥 씨는 30여년동안 가슴 한켠으로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았다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 학교를 더 다니고 싶다는 말을 못했죠. 일을 다니며 야간 학교를 다니려고 알아보고 준비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없으니까 등록을 미루고 미뤘죠. 야간학교를 등록하면 제가 국졸이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 창피했거든요”

배움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쉽게 용기를 낼 수 없던 김영옥 씨는 결혼 후에도 가슴 속에 응어리로 남기고 살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김영옥 씨는 살아가면서 학력을 기재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싫었고, 회피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제 어머니나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들이 국민학교만 졸업했다고 하면 보통 ‘그래, 그땐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40대와 50대에 국졸이라고 말하면 ‘왜?’라는 질문을 받아요. 그래서 취직을 할 때마다 학력을 기재해야 하는게 싫어서 차라리 내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자고 생각했죠”

김영옥 씨는 가게를 직접 운영하며 학력 기재에서 자유로워졌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지난 2018년에 해나루시민학교 입학을 결정했다는 김영옥 씨.

학교에 상담을 받고 5년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해나루시민학교에서 나이로 따지면 막내라는 김영옥 씨는 학교 선생님들을 비롯해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는 언니들의 지지와 격려에 차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지금 김영옥 씨는 14살 중학생으로 되돌아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같은 반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교과서를 펼치고 듣는 수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순간도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또한 어렵게 시작한 배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견해도 넓어지고,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시도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김영옥 씨.

“학교를 다니면서 도전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됐어요. 특히 이번 시화전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배워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요. 이제 저는 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제가 가진 재능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열심히 배우고 노력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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