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지나영 기자] 구반문촉(毆槃文燭)은 장님이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어루만져 본 것만 가지고 태양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논하거나 말하지 말라는 것을 빗댄 한자성어이다. 

지난 25일 열린 당진시와 당진시농민회의 간담회의 분위기가 이랬다. 20분만에 끝났어야 할 간담회는 무의미한 논쟁으로 1시간을 더 허비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간담회는 당진시농민회가 지난 1월 당진시에 요구한 △농민수당 20만원 추가 지급 △간척지경작권 반환 △고품질쌀 장려금 △상토지원 사업 등의 이행 및 추진상황 보고 자리였다. 

하지만 간담회를 이끌어 나갔어야 할 김홍장 시장은 당일 보고서 내용만 보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농민수당 연 20만원 지급을 월 20만원으로 착각하고 간담회를 진행하다 보니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겉돌았다. 과연 농민수당에 대한 관심이 있던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진시 농업정책과 김민호 과장이 농정 협약사항에 대한 추진상황 보고에서 농민수당과 관련해 “올해 말에 농민수당 지급방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토론회 등을 통해 내년부터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과장의 보고를 들은 당진시농민회 이만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충남도와 별도로 당진시가 연간 20만원을 다른 명목으로라도 농어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았다”며 “하지만 김민호 과장님의 설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다른 듯 하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홍장 시장은 “20만원을 더 준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80만원 외에 20만원을 더 준다는 것이 어떤 내용인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김홍장 시장은 “농업예산은 연간 약 1천억원정도 되는데, 농업 교육 복지 환경 등을 위해 폭넓게 협의해서 예산을 사용하고 싶다”며 “‘농업에 절대 예산을 안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농민을 중심으로 한 여러 단체가 모여서 농민의 목소리를 모아 합의를 보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의가 되지 않으면 목소리 큰 곳에만 예산을 편성 할 수 밖에 없다. 균형을 맞춰 예산을 균등하게 배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강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김홍장 시장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보고서의 월 20만원만 보고...” 

김홍장 시장은 이어진 발언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시장은 “매월 20만원이라는 액수만 보면 큰 금액은 아니다. 다만 당장 내년이면 세수가 300~400억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월 20만원을 준다고 당장 약속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면서도 “농업의 가치를 보고 다른 정책에 세워진 예산을 빼서 농민수당으로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농민회와 당진시는 농민수당 관련으로 논쟁을 1시간 정도 이어갔다. 그리고 농민회 관계자의 의견을 듣던 김홍장 시장이 “월 20만원이다”라고 말했고, 이를 들은 당진시 관계자가 “연 20만원”이라고 바로잡았다. 그제서야 농민회 참석자들도 “시장님 연간 20만원이다. 우리가 1/12로 줄인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뒤늦게 당진시 농민수당 지급 방식을 알게 된 김홍장 시장은 “보고서에 적힌 조례 내용에서 월 20만원을 보고...”라며 멋쩍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홍장 시장은 “연 20만원 지급을 다시 검토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며 농민수당 관련 보고를 서둘러 마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홍장 시장이 언급한 보고서는 주민청구 조례 중 주요사항에 대한 당진시 조례 반영 결과로 해당 내용은 합의 이전에 제정된 당진시 조례였다. 

김희봉 위원장은 “합의서 작성까지 함께 했고, 내용 검토도 분명 했을텐데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핑계”라며 “보고회 자리에서 김홍장 시장의 태도는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중요성을 갖지 않고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 1시간 20여분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농민수당 관련으로만 약 1시간이 허비 됐다. 나머지 내용에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추진이 잘 되고 있다고 합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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