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당진신문=호천웅]

장마 뒤 끝에 습기가 대지를 뒤덮은 토요일 오후 아내와 동네 율동공원 산책에 나섰다. 매점 근처 호숫가에 아줌마랑 어린이 몇이 폴짝 폴짝 뛰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니, 벌에 쏘였다는 소리가 들렸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데 오른쪽 종아리가 따끔했다.

내려다보니 노란색의 쬐그만 벌이 보여 왼손으로 후려치니 날아가 버린다. “공원에 웬 옷바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갈 길을 가려는데 “어! 그게 아니었다.” 

옷바시란 땅벌의 충남지역 사투리란다. 땅벌한테 제대로 쏘인 모양이다. 가던 산책길을 그냥 가려는데 이상했다. 눈앞의 가로수가 일그러져 보이고 종아리가 제법 아팠다. 열이 나나보다 춥다! 침대에 이불 덮고 누우면 금방 단잠이 올 것 같다. 넘어질 것 같기도 했다. 조금 어지럽기도 하고, 꼭 술 마시고 취한 것 같았다.  

의자에 앉았다. 아내가 걱정이 되나 보다. “당신 괜찮아요?” 그러더니 분당소방서에 전화했다. 119 구급차를 불렀다. 10분쯤 지나서 구급차가 왔다. 침대가 내려지고 침대에 눕힌 채 구급차에 태워졌다. 구급차에 오르니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리를 휘젓는다. 춥다. 오른쪽 종아리에서 추위가 계속 올라온다. 열이 많이 나나보다.

그런 중에도 소방관들을 보니 안심이 된다. 솔샘은 공직자들 중에 소방관을 제일 좋아한다. 대통령보다도 소방관을 더 존중한다. 소방관들의 장한 모습을 숱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농가에 붙은 말벌 집을 떼 내주는 것도 소방관이고 서해대교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위험한 일을 해낸 것이 소방관이었다. 우리 집 창고에 고양이가 새끼를 친 것도 소방관이 옮겨주었었다.

참지 못하고 속내를 털어 놨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방관입니다.”라고... 아무 대꾸도 없었다. 주책을 떨었나? 응급조치까지 해주니 많이 고맙다. 가까운 차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 주고 소방관들은 떠났다. 아니 없어졌다. 고맙다는 인사도 받지 않고 태워다 준 차비도 받지 않고 그냥 갔다. 그냥 고맙다. 응급실에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게 했다. 응급실 침대에 누운 채 춥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불 덮고 잠을 자면 깔끔해질 것 같았다. 

아내보고 병원 치료비에 대해 알아보라고 말했다. 당연한 걸 왜 묻느냐고 지청구다. 그래 이런 때는 잠자코 있어야 하지! 그래도 자꾸 궁금하다. 

시민이 공원 길을 걷다가 벌에 쏘였으면 누구 책임이지?
벌집을 건드린 것도 아니고 그냥 걷다가 그랬는데! 

시민공원에서 애꿎은 시민이 벌에 쏘이면 안 된다. 그런 일을 미리 막는 것이 공원관리소의 임무일터이다. 그런데 엠브란스 타고 난리를 떨었는데 공원 관리소 측에서 안부를 묻지도 않는 것은 뭔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 치료비로 8만원 넘게 지불했단다.

변호사를 만나봐야 할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시장 면담 요청이라도 할까? 하는 생각까지, 별놈의 생각이 다 들었다. 벌써 열흘 전의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잡생각들은 모두 사라졌고, 옷바시에 쏘인 오른쪽 종아리는 가끔 가렵기만 하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다. 사회의 모든 아픔들도... 나라의 아픈 상처들도... 모두 다! 시간이 약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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