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인 간디학교 13기 학생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13기 학생들.

[당진신문] 대한민국은 모두가 제각각인 학생을 대상으로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당진신문에 아름숲기자단으로, 통일부기자로 기사를 내던 다은이와 같은 학교 선배 지윤이의 대안학교 이야기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과는 다른 즐거운 공부에 대한 것이다. 서툴지만 궁금해지는 두 친구들의 이야기로 편견 없이 대안적 교육을 경험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안학교 학부모 김영경 

※이 기획 기사는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에 연재됩니다.


평범한 아이와 부모의 대안학교 적응기-김영경(다은맘)

김영경(다은맘)
김영경(다은맘)

대안학교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문제아들의 집합소’나 ‘자발적 성장 공간’이란 시각이 많다. 문제아들의 집합소로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본 실상은 자발적 성장 공간에 가깝다.

이 이야기는 대안 교육이 이상적이라고 말하기보다는 편견 없이 학부모와 학생에게도 교육 선택권이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아이가 간디 학교를 접한 것은 초등 3학년 캠프를 통해서다.

매 해 캠프에 참여하면서 기존 학교와는 다른 교육과정과 학교문화를 경험한 아이는 중학교 진학을 간디로 선택했다. 대안학교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무난한 아이 성격도 있지만 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이 학교 선생님들이 직업으로가 아닌 삶이고 철학으로 이곳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숙학교다 보니 체력 소모와 감정 소비가 많겠다는 걱정과 학비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학생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였다. 과도한 수준이 요구되는 학습과 폭력적으로 물든 학교 문화 역시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의 학교생활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배움이라는 기본 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전달받는 방식이 아닌 탐구하는 방식으로, 수동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진행된 교육은 더디지만 깊었다. 뭉글뭉글 떠다니는 교육 대신 실용적인 교육을 선호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에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에서 배우고 깨우친 것과 다른 논리로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불쑥불쑥 올라오는 불안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바람이 있다면 자신의 삶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아이 스스로 키워 나가기를 소망할 수밖에. 수상한 학기말 발표 학기를 마치며 학생들의 발표회가 있었다. 각자 원하는 주제로 준비된 발표는 전 학년과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하는 자리다. 예상하지 못한 주제도 인상적이지만, 발표가 끝나고 서로 주고받는 피드백 과정과 누구도 평가하려 하지 않는 태도가 꽤나 신선했다.

발표한 학생에게 준비하는 과정의 수고를 격려하고 지금의 네가 멋지다고 말하며, 내용 중에 궁금한 것을 물어 보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말없이 열심히 평가하던 내가 무색하게 말이다. 드디어 내 아이의 발표가 시작됐다.

1학기 기말 발표를 하고 있는 이다은 학생.
1학기 기말 발표를 하고 있는 이다은 학생.

입교 전 코로나19로 이뤄진 온라인 수업부터 간디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변화까지를 담담히 풀어나갔다. 그 안에는 자신에게 생긴 편견 없는 생각과 새로운 도전, 책임질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중 친구에 대한 내용과 간디에 공부에 대한 철학은 따뜻하게 다가왔다.

간디에서의 친구는 <힘들 때는 누구보다 먼저 눈치채고 위로해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먼저 도와주는,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누어 먹는, 항상 옆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그런 존재다. 위로받고, 도와주고, 나누고, 함께하는. 공부 역시 포지션이 다르다. 성공이 아닌 꿈을 연습하는 공부,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수상한 발표가 끝이나니 ‘이 녀석들이 뭐가 되려나’ 궁금해졌다. 수상한 발표 뒤에 아이들이 마구 궁금해지니 후유증이 크다. 끝으로 대안학교 한 친구의 이야기를 남긴다. “공교육이 한 작물을 경쟁력 있게 키우는 교육이라면, 대안교육은 어떤 작물이라도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비옥하게 하는 교육이다”


진정한 교육, 행복한 학교를 만나다-방승미(지윤맘)

방승미(지윤맘)
방승미(지윤맘)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 하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맘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간디학교 교가 중-

꿈을 꾼다는 것, 낯선 길을 간다는 것,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 가사만 들어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설레어 진다.

학창시절 나는 꿈을 꾸어 본 적이 있었나?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주변에서 원하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렇게 내 뜻과는 상관없이 강요당한 삶을 살아냈던 것 같다. 1990년대 나의 학창시절은 자유가 억압되고 사랑이 결핍된 곳. 한마디로 수용소 같았다.

억압과 폭력, 비인격적인 대우, 입시위주의 획일성. 해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수만 명의 아이들이 부적응과 불량청소년 이란 이름표를 달고 학교를 떠났다.

2020년 지금의 학교 현장은 어떤가? 많은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돌고 돌다 학교에 와선 잠을 잔다. 수용소에서 여인숙으로 바뀌어 있을 뿐 달라진 건 거의 없는 듯싶다.

대안을 찾다 아이들에게 학교란, 교육이란 어떤 의미일까? 결국 시스템화 되어 있는 공교육이란 제도 안에서 오로지 성적으로 평가 당하며 인서울 대학을 목표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뿐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공부 잘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들 자신도 그렇게 믿고 있고, 심지어 교사도, 부모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극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열등의식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인생과 행복을 배우기도 전에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좌절감과 패배감에 불행한 인간이 되어간다. 배움의 현장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한 들러리 인생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적이고 서열화, 획일화된 지금의 교육 생태계속에서 대안을 찾고자 간디학교에 왔다. 아이가 재학중인 간디학교의 교육 철학은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이다.

“교육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고, 사랑의 원칙이란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사이에 우정과 사랑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 서로의 행복과 기쁨을 비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그것을 위한 노력을 의미해요. 또한 모든 가르침과 배움은 자발성을 가질 때 가치가 있으며, 강제적으로나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이루어지는 가르침이나 배움은 결코 기쁨을 낳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행과 고통을 초래해요. 교사와 학생 사이에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이루어지고 배움과 가르침이 순수한 자발성 위에서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참교육이 가능합니다”

입학설명회에서 교장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우정과 사랑의 관계. 배움과 가르침의 순수한 자발성. 이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내가 정말로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자유로운가? 나에게 주어진 자유로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 나는 한 인간으로써 독립적인가? 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가? 이곳에서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했으면 한다.

간디학교 평화캠프 모습. 학생들은 매일매일 수업과 일과속에서 늘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져야 한다.
간디학교 평화캠프 모습. 학생들은 매일매일 수업과 일과속에서 늘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져야 한다.

세상이 정해준 기준에 복종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깨닫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어 많은 선택을 하게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왠지 이곳에서라면 가능할 것 만 같다.

간디인의 삶으로 젖어들기 간디학교 아이들은 수업을 들을 것 인가 말 것인가, 청소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학교에서 정한 규칙을 어긴 친구를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 것인가 등 매일 매일의 수업과 일과 속에서 선택과 책임을 져야만 한다.

즉 간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늘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며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것에 익숙하지 않아 무척이나 힘겨워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결정과 선택에 책임을 질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간디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는 너무나 바쁘다. 공부를 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숙사나 학교 청소를 비롯해 빨래, 식사당번, 설거지, 평균 서너 개씩 참여하는 동아리, 학생회 활동, 수시로 진행하는 축제나 행사, 에세이쓰기, 한학기동안 배우고 느낀 것에 대한 발표, 토론 등 눈코 뜰 새가 없다.

또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수 교과는 (예를 들어) 옷 만들기, 집짓기, 요리, 텃밭 가꾸기, 간디문화, 간디철학, 주를 여는 시간, 식구총회 등이 있다. 이곳의 다양한 교과를 통해 자기 발견의 기회를 갖는다. 또한 다양한 동아리가 있는데 자발적인 참여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동아리 활동에 쏟아 붓는다.

내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야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교사가 기획한 수업에 참여하는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는 학습자가 되는 것이다. 간디에서의 이런 다양한 교육과정과 활동들은 학생 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시간들이 자신이 지닌 나름의 개성과 잠재력을 일깨우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선택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곳에서 나를 편견 없이 나 자체로만 바라봐 주는 따듯한 선생님들의 시선에서 사랑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다양한 배움을 즐길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렇게 배움과 가르침 속에서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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