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작가 ‘한현숙’ 씨의 아름다운 도전
2014년부터 글쓰기 배워...첫번째 수필집 '참새 살리기' 출간
“생각에서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전하세요”

둘째 아들 입대전에 홍성군 죽도에 놀러가서 아이들과 함께
둘째 아들 입대전에 홍성군 죽도에 놀러가서 아이들과 함께

“시도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바뀌지 않았겠죠. 무언가를 배우고 돌아다니자는 생각으로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활동적이고 행복한 삶으로 바뀔 수 있었죠”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25년 전 첫째를 낳은 한현숙(53세) 씨는 8명의 자녀를 가진 다둥이 엄마다. 8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생의 절반을 육아에 집중하고 시간을 보냈다는 한현숙 씨. 그녀는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고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서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현숙 씨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집 밖에 세상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육아를 해야 했고 재정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8명의 아이를 키우다보면 시간도 부족하지만, 재정적인 부담도 상당해요. 그래서 처음 신청했던 수업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되는 스케치였어요. 그리고 독서모임도 가입했죠. 그러나 디스크가 재발해 오래 앉아있지 못했고,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 수업을 그만뒀어야 했어요. 독서모임도 저의 성향과 맞지 않아 나왔고요” 

디스크 재발로 오래 앉아있기 어려운 한현숙 씨는 새로운 활동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지난 2014년 당진문화예술학교에서 동화책 수업을 알게 된 한현숙 씨.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많이 읽고 접했던 동화책을 직접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또한 한현숙 씨는 8명의 자녀를 키우는 그녀를 향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생각을 동화를 통해 풀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당진문화예술학교에서 동화 수업은 1년을 유지하지 못하고 폐강됐다. 동화책 수업 폐강이 많이 아쉽고 서운했다는 한현숙 씨는 배웠던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수필 수업을 듣기로 결심했다.

“5년 전에 수필 수업을 듣고, 글쓰기에 재미를 들이게 됐어요. 일상생활 속 이야기, 여행 이야기, 방송을 보며 느낀 사회문제를 조심스럽게나마 글로 썼죠. 하지만 가족에 관련한 이야기는 글로 담아내기가 참 어려워요. 어려워도 써낸 작품은 있지만 작품집에는 넣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면 저도 제 가족에게도 부담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가족이야기는 저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겨두려고요”

지난해 당진문화재단이 2019 문학인 선정 사업에 한현숙 씨를 포함한 6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집을 출간했다. 한현숙 씨의 첫 번째 개인 수필집 '참새 살리기'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2014년부터 글쓰기를 배우면서 집밖으로 나오고, 무엇보다 개인 수필집을 출간하며 글을 쓰는데 도움을 준 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한현숙 씨.

글쓰기를 통해 한현숙 씨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수필 작가의 삶을 살아가며, 지난해부터 충청남도 도민리포터를 그리고 지난 2018년부터 당진시청 소셜미디어서포터즈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당진어울림여성회 손만세(손으로 만든 세상)에서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글쓰기와 다른 재능들을 기부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8년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관리사 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해 천의초로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에게 도시농업과 관련해 교육을 하고 있다. 

“처음 글쓰기를 배울때에 저는 재정적인 부분에 얽매여야 했어요. 지금은 여러 활동을 하면서 수입이 생겨 재정적 부담이 줄었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죠. 요즘에는 텃밭에서 나오는 작물을 이용해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비누 만드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배우러 다니고 있어요. 앞으로는 웹툰도 배워서 재밌는 이야기와 그림을 그려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2019년 당진문화재단 차세대문학인 출판기념식
2019년 당진문화재단 차세대문학인 출판기념식

경력 단절 여성을 비롯한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망설이는 엄마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도 말하는 한현숙 씨. 그녀는 정말 해보고 싶다면 뛰어 들라고 독려했다.

“제가 하는 일들을 두고 아이들은 ‘대단하다, 멋있다’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의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그때는 자랑스러워할 거라 믿어요. 그러니까 생각에서 멈추면 무엇도 할 수 없어요. 무조건 뛰어들어봐야 해볼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아요. 그러니까 도전하고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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