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동의 없이 어린이집 계약만료 통보한 아파트
학부모 동의 없이 어린이집 계약만료 통보한 아파트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0.07.25 12:52
  • 호수 13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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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재계약 안한다” 입대의 통보에 학부모들 반발
학부모들 “3분의 2 서면동의 거쳐야 하는 관리규약 무시” 
“문제 없어도 3년마다 계약 해지되면 누가 책임감 갖겠나”
입대의 “판례상 관리규약은 내부 규약에 불과...계약서가 우선”
“계약서에 기간만 명시...재계약 조건에 대한 내용 없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 H아파트 내 어린이집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와 학부모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일 H아파트 입대의는 관리동에 위치한 어린이집과의 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공고문을 게시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관리동 어린이집 계약기간은 지난 2018년 1월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다. 

입대의는 계약만료 사유로 지난 2018년부터 당진시에 접수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어린이집은 △2018년 1월 원장의 투담임(두 반을 한 담임이 전담하는 것) 민원 △2019년 원장이 직접 버스 운행 및 잦은 외출 △맞벌이 부부 증빙확인 등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민원이 제기됐었다.

이에 어린이집 원장은 “민원에 대한 당진시 점검 결과 투담임제와 서류 확인은 문제 없던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며 “차량운행에 관해서는 작은 어린이집에서 원장님들이 직접 차량 운행을 하는 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어린이집 개원 준비과정에서 급하게 필요한 물품을 사는데 선생님 카드로 결제하고, 제가 돈을 통장에서 그냥 빼서 입금했던 것이 지적돼 시에서 시정명령 처리를 받은 사실은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입대의에서 계약만료를 강행하자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원아와 학부모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원아를 보내는 학부모 A씨는 “입주자대표회가 재계약을 안하는 이유로 지난 2018년부터 제기된 민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민원은 시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이것을 문제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엄마들은 어린이집 선생님과 시설에 만족해하며 아이들을 잘 보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며 “만약 12월까지만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3월에 새로운 원장님이 오더라도, 아이들은 두달동안 기관에 다니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계약 만료통보를 공고문 게시 전날 학부모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어린이집 원장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원장은 “입대의 공고문을 봤는데, 관리동 어린이집 계약건으로 회의가 있다고 적혀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다”며 “그리고 7일 회의에서 관리동 어린이집 계약 만료 안건에 대해 논의 되었다는 얘기를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장은 이어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어린이집 재계약 관련 여부에 대해 입대의 측에서 어떠한 언급도 없던 상황”이라며 “갑자기 이런 결정을 공고문으로 통보 받으니 황당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학부모들은 “입대의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진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입대의의 임대사항에 대해 당진시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진시 건축과 홍승만 주무관은 “많은 어머님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입대의에서 관리동을 임대하는 것으로, 계약서상에 재계약 조건이 명시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시에서는 관여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임대계약서vs관리규약

실제로 입주자대표회와 어린이집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만 명시되어 있을 뿐, 재계약 조건에 대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부모 의견 없이 입대의 결정만으로 계약 만료를 결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3분의 2가 서면동의를 거쳐 기존 수탁자와의 재계약을 요구하면 관리주체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학부모 A씨는 “학부모 37명 중에 32명은 익명 투표에서 어린이집 재계약에 찬성했는데, 다둥이를 보내는 가정을 고려하면 모든 학부모가 동의한 것”이라며 “이런데도 입대의는 투표 결과를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입대의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부가 ‘관리규약 준칙’은 강행규정이 아닌 ‘관리규약’ 입주민의 자율적인 내부 규약이라는 판례가 있는 만큼, 계약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입대의 측은 “판례를 살펴보면 계약서가 우선이 된다고 나와 있고, 그러한 판례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집과 체결한 계약서상 내용으로 회의 안건이 진행된 것”이라며 “어머님들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잘 해주신다며 재계약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어린이집 운영 관련에서도 정확히 파악해 주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학부모 익명 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학부모 투표는 관리사무실을 통한 공식 서류에 의해 진행된 것이어야만 한다”며 “최종 결정 시한은 9월까지인데, 아직 기간이 남은 만큼 입주민들과 어린이집 측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정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학부모 B씨는 “입주자대표회는 지난 2월 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된 관리규약 준칙 관련 판례를 놓고, 아파트 관리규약이 아닌 계약서 상의 내용을 더욱 우선시 하고 있다”며 “해당 판례는 구립 전환에 따른 것이며, B어린이집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팽팽한 입장차 “아이들에게 피해갈까” 우려

이렇듯 서로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지난 20일 어린이집 학부모들과의 면담 이후 입대의는 어린이집에 운영 계약 기간을 기존 2020년 12월에서 2021년 2월까지로 요청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2월까지의 운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입대의는 “어머님들이 1~2월에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과의 계약을 할 수 있으면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래서 대표들과 회의를 거쳐 원장님에게 협의를 했으나, 원장님은 계약 만료시  2월까지 운영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답변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재계약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임대 계약을 2달 연장하자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며 “재계약 관련 여부는 9월까지 최종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부모님들의 과반수 동의가 나오면 재계약을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저 역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어린이집과 입주자대표회 간에 입장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하며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앞으로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어떠한 절차 없이 계약 해지 통보를 하게 된다면, 어느 원장님과 선생님이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을 돌봐 줄 수 있겠느냐”며 “어른들의 의견 다툼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