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수필가/전 교육공무원

[당진신문=김종범]

트로트 장르의 음악이 요즘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단한 열풍이다. 한동안 발라드나 아이돌의 케이팝에 밀려 우리의 전통 트롯이 빛을 잃어가고 있을 때 트로트 경연대회를 계기로 가요계에 열광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트로트는 원래 서양 사교댄스의 연주 리듬을 일컫는 폭스 트로트(fox-trot)에서 유래된 장르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고유의 민속 음악에 서구의 폭스 트로트를 접목한 엔카(演歌)가 유행하였다.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는 신 민요풍의 가요가 불려졌는데 식민지하에서 일본 가요와 한국 가요의 선율이 자연스럽게 접근하였고 한국 가요는 갈수록 일본 가요에 동화되었다. 

이로 인해 광복될 때까지 한국에서는 엔카 풍의 대중가요가 유행하였다. 해방 후 엔카 풍의 가요를 일명 ‘뽕짝’이라 비하하면서 우리는 팝송과 재즈 기법에 가까운 전통 트로트를 만들어 불렀다. 우리의 트로트는 강약의 박자를 넣으면서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독자적 전통가요 형식으로 발전하였다.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비극 6.25사변을 겪으면서 애환과 민족의 한을 노래하면서 걸어왔던 우리의 트로트가 지금 새로운 가요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미스터 트롯 탑쎄븐’의 이름만 들어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이고 독특한 멤버로 구성된 이들에게 뜨거운 애정과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미스터 트롯 탑쎄븐’은 가히 가요계와 방송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트로트 가요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는 시청률 대박을 치고 있다. 각 방송국에서 출연 교섭 경쟁이 치열하면서 이들의 출연료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탑쎄븐 중에는 수 개월 동안 몇 십억을 벌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일곱명으로 구성된 ‘미스터 트롯 탑쎄븐’은 구성원 각자 다른 매력과 개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 그룹은 또 하나의 더 큰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나이가 제일 많은 장민호는 아이돌 가수 출신이다. 자신의 노래를 열창할 때는 청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지게 하는 마력을 발산한다. 장민호는 팀의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가 아니다. 양보하고 무너져 주면서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장민호 특유의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감성의 장인 임영웅은 일곱명 중 진으로 뽑힌 히어로다. 중량감 있는 진중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임영웅이 어머니의 애뜻한 사랑이 담긴 트롯을 열창할 때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선을 차지한 영탁은 무명가수로 다져진 율동이 돋보인다. 어깨에 힘을 주지 않고 시청자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모습에서 타고난 광대적 기질을 보여준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넓은 팬덤을 갖고 있는 만능 트로트맨이다. 

이찬원은 어린 시절부터 소문난 트로트 신동이었다. 트로트의 매력인 꺾기에 능하고 성량이 풍부하여 어떤 노래도 소화할 수 있다. 재치가 있고 넉살이 좋아 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런 이면에 수줍음과 쑥스러움이 믹서된 표정은 여성 팬들에게 귀여운 매력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 성량이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 김호중은 트바로티로 울림통이 크고 트로트를 격조 있게 부른다. 결승전에서 불렀던 ‘고맙소’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장면이었다. 

가장 트로트를 잘 부르는 가수로 정동원을 지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경연 중에 고대 유물 같은 정통 트로트 ‘누가 울어’를 가사 내용의 분위기에 맞게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정동원은 열네 살의 어린 나이로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이 귀엽다. 그래서 삼촌뻘 되는 멤버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한다.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수가 김희재다. 조용하고 가장 매력 있는 가수이면서 아이돌 느낌을 풍긴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미려한 음색과 포퍼먼스 댄스는 일곱 명 중 가장 돋보인다. 

모 종편방송의 미스터트롯 경연대회는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큰 위로의 시간이었다. 때로는 출연자들의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눈시울을 적셨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숙명적인 대결에서 탈락해야만 하는 처절한 장면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경연대회는 끝났지만 수백 명 중에 엄선된 탑세븐은 각 방송 프로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있다. 잠깐 있다 사라지는 인기의 속성이 아닌 초심으로 인기를 오래도록 지켜가는 이들의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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