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박판공장 가동 중단에 대규모 실직사태 우려
현대제철 “협력노조는 현대와 무관...협력사와 논의해야”

[당진신문=정윤성 기자] 현대제철이 수익성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이하 박판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이하 비지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현대제철 당진공장 박판공장에는 정규직 275명, 비정규직 250명 등 총 525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박판공장 중단이 앞으로 진행될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대규모의 실직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걱정하고 있는 상황.

비지회 관계자는 “박판공장이 폐쇄되면 정규직은 전환배치가 되겠지만 비정규직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며 “포스코의 경우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는 반대로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현대제철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과 대화조차 할 수 없다”며 “회사에서는 현대제철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현대에서는 비정규직과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공장폐쇄 또는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 1일 박판공장 관련 문제로 정규직에 노사협의회를 요구했고 11일 실무협의에 이어 18일 노사협의회가 열렸지만, 비정규직과의 대화 통로는 여전히 막혀 있다.  

“우리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정규직 노사협의회에서 현대제철은 ‘박판공장 관련 정규직 노동자 275명에 대해 전사차원의 전환 배치를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 현대측은 △박판공장 설비처리에 대해 매각이 가능한 설비는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이 불가한 설비에 대해서는 스크랩 처리를 하겠다는 방안과 △공장부지에 대해 스크랩야드, 코일야드장은 일부를 사용 하고 그 외 부지에 대해서는 설비처리 후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제철지회는 △총고용보장 확약서 △박판공장 아웃소싱/도급금지 확약서를 요구하며 ‘박판공장 부지사용에 대해 아웃소싱이 없다는 것과 강제 전환배치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포함한 총 고용보장 확약서를 받은 다음 노사협의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논의해 나가야 할 사항으로 아직 최종 결정 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협력노조(비지회)의 요구는 협력사 회장과 논의할 사항이지 현대제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조만간 협력사와 협력노조가 협의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지회의 고용보장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비지회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박수근)의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하청업체와 공동 노력하라’는 권고 결정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1일 중노위는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노조들이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등 9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조정신청 사건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현대제철 측과의 교섭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비지회는 지난 15일부터 출·퇴근·중식 선전전을 진행해오다 지난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당진구터미널 로타리에서 당진시민을 대상으로 대시민 선전전도 펼치고 있다.

비지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이때에 현대자본은 악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한다”며 “이러한 전례 없는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고용보장과 일방적 노동조건 변경 금지를 위해 그에 맞는 총력 투쟁을 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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