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도비도 민간개발 다시 추진?
상인들 “더 이상 민간 공모 안돼, 당진시가 개발해야”

도비도 관광지의 선착장 일대의 모습,
도비도 관광지의 선착장 일대의 모습,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도비도 관광지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던 상인들이 절망하고 있다. 도비도 상인들은 당진시가 노후화된 도비도 관광지를 개발하기를 기대했으나, 한국농어촌공사가 또다시 민간 개발 공모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비도 상인들은 “농어촌공사는 민간 개발 공모를 더 이상 하지 말고, 당진시가 관광지를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 도비도 상가 번영회의 한 상인이 “충남 당진의 도비도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현재 700여명이 청원에 참여했다.(5월 29일 기준)

청원자는 “농어촌공사는 개발공모사업을 수 회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개발절차가 지연됨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지역주민 및 상가 임차주민들이 떠안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특정개인들에 의해 부동산 투기의 대상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수 회 동안 실패한 경험이 있는 공모사업을 고집하다 지역민들을 크나 큰 고통과 절망에 밀어넣기 보다는 당진시가 직접 도비도를 개발토록해야 한다”며 “농어촌공사가 당진시에 도비도 휴양단지를 조속히 매각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청원했다.

번영회에 따르면, 도비도 관광지 일대는 19개 상가가 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으나 절반이하의 상인만 영업을 하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상인들 중에는 아르바이트나 공사현장 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공사 “6월 사업설명회 계획”

도비도 관광지 일대는 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도비도 번영회 상인들은 그동안 당진시가 직접 개발에 나설 것을 요청해왔다.

당진시는 ‘도비도 에너지 융복합 타운’을 추진하고 있으며, 에너지 교육연수원과 주민수익창출형 관광단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어촌공사로부터 도비도 관광지 일대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당진시는 농어촌공사에 이를 위한 협조를 요청해왔다.

도비도 관광지 내의 노후화된 한 상가의 모습.
도비도 관광지 내의 노후화된 한 상가의 모습.

당진시청 경제에너지과 관계자는 “지난 2월 부지매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농어촌공사 본사 측과 직접 만나기로 했으나 코로나19를 이유로 약속 전날 취소를 통보받았다”며 “3월말 토지매각 협의 공문을 보냈었으나 농어촌 공사가 공모 방식의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농어촌공사 김창목 투자사업처 차장은 “당진시가 도비도 부지 매입 의사를 어필한 적이 있다”며 “(계획을) 대외적으로 밝히기는 어렵고, 공사 측은 부지 매각이든 민간 개발 공모든 다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6월 중순 경 공모사업 설명회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어떻게 계획이 바뀔지 모르고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가 직접 도비도 관광지에 투자하고 개발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으나 “현재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는 농어촌공사가 당진시의 부지매각 요청 협의에 대해 실질적 논의는 진행하지 않지만 가능성의 여지는 남기면서, 민간 개발 공모를 위한 사업설명회를 우선으로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어촌공사 방만 경영이 도비도 어렵게 만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도비도 상가번영회의 상인 A씨는 “휴양단지 조성 후 초반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많았으나 숙박시설에서 손님들이 냄새가 난다는 등 민원이 발생했고 해수탕은 온도문제가 있었다”며 “숙박시설도 관리인원이 너무 많았고 방만한 운영이 적자의 원인이며 도비도를 어렵게 했다”고 비판했다.

한창 관광객이 많았을 때에는 숙박시설도 주말이면 공실이 없는 등 소위 ‘잘 나갔었다’는 것. A씨는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노후화되면서 도비도는 쇠락의 길을 걸었고 농어촌공사는 상인들과 합의한 부분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멀리보이는 숙박시설은 이미 운영되지 않아 폐쇄된지 오래다.
멀리보이는 숙박시설은 이미 운영되지 않아 폐쇄된지 오래다.

2014년 농어촌공사와 번영회 상인들은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도비도 선착장이 위치한 B단지를 상가 회원들에게 분양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후에 농어촌공사 측은 관련 법령상 분양이 안되고 경쟁입찰에 참여하라는 얘길해 상인들은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됐다”며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 온유리츠컨소시엄이라는 업체가 도비도 개발 공모에 참여했지만 정작 이행보조금을 납부하지 않아 개발이 무산되기 전까지도 업체는 상인들에게 가게를 비워야 된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토로했다.

또 “농어촌공사가 공모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상인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고, 실패해온 공모를 또 한다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며 “당진의 명품섬 난지도에 들어가는 관문인 도비도는 낙후돼 비가 오면 피할 곳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개발 공모, 계속 실패만

도비도 관광지 일대는 농림식품부 소유이며, 농어촌공사가 관리를 맡고 있다. 도비도 농어촌휴양단지는 1998년부터 운영되다가 2014년 시설이 폐쇄됐다.

농어촌공사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천억원 규모로 골프장과 콘도 등 위락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2010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수놀이시설을 갖춘 ‘블루팜 리조트’개발을 추진한다고 알려졌었다. 6년간 총 사업비 4,800억원을 투입하고 민간사업자 제안 공모를 통해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또 민간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나 선정 업체인 온유리츠컨소시엄이라는 개발 회사가 이행보증금을 지불하지 못하면서 2017년 계획이 무산됐다.

이와 같이 도비도에 대한 민간 개발 투자와 공모가 계속 실패로 돌아가면서 상인들은 연이어 실망했고, 도비도 관광지는 주변의 왜목마을이나 서산 삼길포와는 너무나 큰 격차로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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