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인근 음식점 2곳 기름 유출 의심...“심증만 있고 물증 없어”
당진시 “주민들과 함께 증거 채취해 확실한 원인 규명 하겠다”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송악읍 부곡1리 인근 논에 기름이 유입 돼 모내기를 위해 옮겨 놓은 모가 오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7일부터 당진에 이틀간 비가 많이 내리면서 부곡1리 논 인근 도랑에 쌓여있던 부유물과 기름떼가 논으로 흘러 들었다. 이로 인해 모내기를 위해 논에 옮겨놓은 수백여개의 모판에 기름이 묻어 노랗게 변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유입된 기름으로 피해 입은 논은 대략 2농가로, 1500평에 심을 수 있는 150판의 모가 상해 모두 폐기처분 해야 한다. 때문에 한 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내기를 부곡1리 주민들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최원묵 씨는 “3년 전에는 지금보다 많은 양의 기름이 유입돼 큰 피해를 입었지만,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기름을 조사해보니 식물성 기름이라고 했다”며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어떠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6월경에도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했었지만, 그동안 당진시는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며 “그동안 기름이 유출되더라도 모가 뿌리를 내려서 유화제를 뿌리면 농사를 지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내기를 하지도 못하고 피해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박철희 부곡1리 이장은 “3년 전부터 기름이 논으로 유입돼 피해를 입었지만, 기름이 어디서 배출되는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항의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곡1리 주민들은 매 년 논에 유입되는 기름은 도랑의 시작점에 위치한 음식점 2곳을 지목하고 있다.

당진시 수도과 하수운영팀 이준모 주무관은 “해당 식당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 신고는 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있었다”며 “당시 식당의 정화조를 확인하고 연막시험 등의 조사를 했지만, 정화조는 이상 없었고 연기는 정화조로 잘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에도 어김없이 기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자 당진시는 22일 “식당의 정화조 작동 여부와 음식물을 무단 방류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모 주무관은 “만약 식당의 정화조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집행 혹은 행정 명령 처분을 받게 된다”며 “무단방류가 확인 되면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고, 논에 흘러든 기름의 성분과 식당 정화조의 기름을 채취해 시료 검사도 진행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2일 수도과는 식당의 정화조 점검 및 시료 채취를 위해 현장에 나갔지만, 정화조에 기름이 묻어있지 않아 채취 할 수 없었다.

이에 이준모 주무관은 “무단방류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며 “주민들과 앞으로 더 지켜보고 증거를 채취해 확실한 원인을 규명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도랑에 기름기와 여러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풍기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농가에서는 논에 물을 대는 역할을 하는 도랑에 침전물이 많고, 평소에 흘러나오는 기름떼가 쌓이면서 악취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최원묵 씨는 “배수로가 끝까지 연결이 되어 있지 않고, 중간에 끊겨 있으니까 많은 비가 내리면 논으로 물이 흘러 넘친다”며 “이번 기름 유입도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로에 쌓여있던 기름이 지대가 낮은 논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정책과 수질관리팀 이훈 팀장은 “도랑에 쌓인 부유물은 하수를 처리하면서 음식물 찌꺼기가 내려온 것으로 추정한다”며 “평소에 수로 문을 닫아두면 부유물들이 쌓이게 되고, 기름이 뭉쳐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쌓여진 침전물과 기름때는 갑작스러운 폭우에 흘러내려가지 못해 논으로 유입이 되는 것”이라며 “수로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 주민들의 몫이며 시에서는 민원이 들어오면 쌓여진 부유물을 치워주는 일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도랑의 길이를 더 늘리는 방안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훈 팀장은 “이미 황해자유구역 지정 후 해제되면서 주민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도랑을 정비했고, 예산 문제로 더 이상의 설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당진시는 지난 21일 도랑에 쌓여진 부유물을 치우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피해 농가에는 유화제를 제공했다. 

최원묵 씨는 “기름이 어디서 배출되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더 이상 농가에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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