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잠입 남성’ 검거, 보도자료와 사실 달라

사건이 발생한 합덕시장 여자화장실 내 설치된 비상벨.
사건이 발생한 합덕시장 여자화장실 내 설치된 비상벨.

당진시 CCTV통합관제센터와 공중화장실 비상벨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화제다. (중략) 지난 17일 밤 9시 20분경 당진시청 CCTV통합관제센터에는 합덕읍 합덕시장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을 통한 신고가 접수됐다. 

화장실에 잠입한 K씨가 칸막이 밑으로 훔쳐보고 있는 것을 감지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자 여성의 지인이 화장실 내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러 CCTV 통합관제센터로 신고한 것이다. 

신고 접수 후 CCTV통합관제센터에서는 긴급히 경찰서 상황실 및 합덕파출소에 경찰 출동을 요청하였고, 도주하던 K씨는 주변에 있는 남성들과의 몸싸움 끝에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중략)관제요원이 24시간 상주하며 실시간 관제를 하고, 112 상황실과 핫라인도 연결돼 있어 사건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19일 당진시에서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일부-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지난 17일 밤 오후 9시경 합덕시장 공중화장실의 여자화장실에 잠입한 남성이 옆칸 여성을 훔쳐보는 행위를 하다 발각돼 경찰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 당진시는 19일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여자화장실에 설치된 비상벨이 사건 당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 후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기사화된 보도자료 내용과 사실이 다르다는 것이다.

범인과 몸싸움 벌여 지인들이 제압
몸싸움 중 비상벨 작동, “어디냐고 물어”

피해자A씨의 지인인 제보자 B씨는 “사건 기사를 보고 화가 났었다”며 “비상벨은 아무 도움이 안됐고 방해만 됐다”고 전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A씨와 지인이 사건 현장에 있었고, 범인이 훔쳐보는 것을 발견하자 범인은 도망을 시도했다. 이를 막으려는 피해자와 지인, 그리고 범인과의 몸싸움이 벌어지는 긴박한 과정이 펼쳐졌다.

B씨는 “범인과 몸싸움을 하다가 비상벨이 눌렸는지 스피커에서 ‘위치가 어디냐’는 등 계속 물었다”며 “비상벨이 눌리면 자동적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바로 출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상황까지 설명하려니 더욱 힘들었다는 것.

B씨는 “남자친구와 피해자 지인 등이 이미 범인을 다 제압한 상태에서 경찰이 왔다”며 “파출소가 1분 거리에 있는데 늦게 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파출소와 현장의 거리가 가까워도, 순찰을 돌고 있는 중에는 다른 지역에 있어 바로 도착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진시 통신팀에 따르면, 사건 당시 비상벨이 울리며 관제센터에 접수된 것은 17일 밤 9시 21분이다.  경찰서 측은 관제센터로부터 신고를 접수받은 것은 밤 9시 26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진시 관제센터 관계자는 "비상벨이 울린 것이 9시 22분~23분이며, 23분경 경찰서 직통 전화로 신고를 했다"며 "관제센터에서는 최대한 신속히 대응을 했다"고 전했다.

비상벨이 작동한 것은 보도자료의 내용처럼 피해자 지인이 비상벨을 누른 것이 아니라, 당시 범인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자 비명소리를 인식해 비상벨이 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합덕파출소에서 사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9시 29분이다. 그 사이 이미 범인은 제압된 상황이었고, 경찰은 현행범 K씨를 피해자와 지인들로부터 인수받아 체포했다.

지난 17일 밤 합덕읍의 한 여자화장실에 남성이 잠입했다가, 피해자와 지인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지난 17일 밤 합덕읍의 한 여자화장실에 남성이 잠입했다가, 피해자와 지인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당진시 “비상벨 누르면 어딘지 확인 가능”
성범죄 막기 위해 더 개선 방안 찾아야

당진시 관제센터에서는 지역내 여자화장실에서 비상벨이 눌려질 경우 바로 위치 확인이 안 되는 것일까?

박선진 당진시 민원정보과 통신팀 주무관은 “지역 내 공중화장실 안에서 비상벨을 누르기만해도 관제센터에서는 어디인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비상벨이 눌려진 후 스피커에서는 “어디냐”는 질문들이 들려왔다는 제보자의 지적에 김석구 민원정보과 통신팀 주무관은 “비상벨이 눌러지면 화장실과 관제센터가 통화를 하는 개념으로, 화장실로부터 목소리가 먼저 관제센터에 전달되고 화장실 위치 데이터가 후에 전달이 된다”며 “일단 목소리를 통해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에 어디인지 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장난으로 비상벨을 누르거나 심지어 휴지가 없다고 누르는 경우도 있다”며 “화장실과 통화 개념이기 때문에 먼저 관제센터에서는 빠른 위치 파악을 위해 어디인지 상황을 물은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석구 통신팀 주무관은 “사건 당시 CCTV영상을 보면 비상벨 접수를 받고 화장실 밖의 CCTV 각도를 돌려 몸싸움을 벌이는 현장을 확인하는 등 경찰서에 신고를 하는 대응을 했다”며 “비상벨이 눌려지면서 경광등과 경고음이 나오면 범인을 놀라게 할 수 있고 더 범행을 진행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기 통신팀장은 “비명소리를 인식해 비상벨이 작동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오작동이 많아 관제센터에서는 사람이 비상벨을 누른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디인지 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비상벨을 누른 후 관제센터에서 경찰서 신고까지 시간이 지체된 점이 있다면 관제센터 관계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다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시에 따르면, 지역내 공중화장실 비상벨은 2016년부터 설치를 시작해 40개소에 설치됐고, 올해 5개소를 추가설치할 예정이다. 여자화장실의 비상벨은 제대로 작동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면 지역 내 여성과 노약자를 위한 안전과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자화장실에 있는 비상벨이 당진시의 보도자료의 내용처럼 범인을 검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와 지인들이 범인을 직접 제압했고,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 혼자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더욱 신속하게 범죄 예방에 조치할 수 있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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