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詩)와 선비정신
[오피니언] 시(詩)와 선비정신
  • 당진신문
  • 승인 2020.05.16 20:22
  • 호수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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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충남도립대학교수
김정희 충남도립대학교수
김정희 충남도립대학교수

[당진신문=김정희]

시는 사상의 되살림을 통해서 생기를 얻을 수 있고 풍부해질 수 있다. 오랜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강력한 사상적 힘을 발휘하곤 했다. 그리고 선비정신은 시의 정신에 한 뼈대를 이룬다. 수많은 우국지사들은 시로써 내우와 외환에 대응했다. 대의명분을 목숨처럼 중히 여겼고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다. 깊은 통찰력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볼 줄 알았고 기상 높은 시 정신을 중시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직에 진출하여 정치에 입문한 계층을 지칭하는 성격이 강한 양반들과는 달리, 선비들은 정신적, 학문적 소양을 지니고 있으며, 위기의 시대에는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했고, 비록 부러질지언정 굽힐 수 없다는 신념으로 국가와 민족에 봉사했다, 

또한 선비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이러한 선비들의 사상은 정서화되고, 시로 응축되어 당대 백성들에게 생기를 북돋아 주었다. 

선비정신은 의리를 그 핵심으로 하여 유교적 이념을 수호하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유교적 이념은 ‘수기치인지도(修己治人之道)’로 ‘수기’는 세인의 내면적 품성을 지향하는 것이고 ‘치인’은 인간의 사회적 질서를 지향하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적 바탕이 ‘인(仁)’ 이라면, 인간의 외향적 행동규범은 ‘의(義)’ 로써, 인과 의는 개인적, 역사적, 사회적 차원의 모든 단계에서 유교 이념의 두 가지 기본 원리를 이루고 있다. 

주자학을 정통 이념으로 정립한 조선조는 의리를 선비정신의 중추로 삼았기 때문에, 의리는 유교 이념의 사회적 구현을 위한 근본원리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선비는 권력의 편이 아니라, 도덕성의 편에 서서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본래의 기능이고 입장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선비는 대중을 감화시키며 이끌어가는 교사의 기능도 갖는다. 

저항시인 이육사와 이상화는 조선조의 선비들과는 다른 시대적 여건에 놓여있는 시인들이지만, 그 지향하는 인간주의 정신의 근본은 이러한 선비정신과 기맥이 통함을 우리는 이육사와 이상화의 시를 통해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조국에 대한 사랑은 이육사와 이상화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고, 벗어날 길이 없는 형극의 길이였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것을 슬퍼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외로운 길을 앞장서서 나아가는 선비의 당당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의연하고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육사와 이상화는 일제기에 있어서 대표적인 저항 시인들로 일컬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명문가 출신들로 어려서부터 선비로서의 학문과 덕행을 수행하였다는 점과, 그들의 신념을 지키고 표현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제기라는 시대적 특수 상황에서도 이들이 주로 표현한 선비정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가 그 사람이 속해 있는 사회와 시대 속에서 매우 복잡하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정신의 다양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선비정신이라는 점에서 살펴보면 첫째, 굽힐 줄 모르는 지조로서의 정신이다. 둘째, 백성들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연민의 정이다. 셋째, 자신들의 의지를 투철한 신념 아래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정신이다.

따라서 시(詩)와 선비정신은 시공을 초월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항상 배우고. 본받아야 할 자랑스러운 국민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