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사례관리 업무 전담 사회복지과 고복임 주무관
“사례관리 업무는 시간 싸움...대상자에 맞춘 서비스 제공해야”
대상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트라우마 겪는 사례관리사도 많아
“왜 더 못해줬나” 하는 죄책감에 심리치료 받기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 개발해 실질적인 도움 주고 싶어”

고복임 주무관.
고복임 주무관.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공무원은 열에 아홉을 잘해오다가도 하나를 실수하면 질타를 받는다. 하지만 실상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당진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은 많다. 이에 본지는 칭찬받아 마땅한 우리 주변의 당진 공직자를 찾아 소개한다. (칭찬공무원과 칭찬릴레이는 격주로 번갈아 실립니다.)

당진시 사회복지과 고복임(38살) 주무관은 사회복지의 꽃으로 비유되는 사례관리 업무를 전담으로 맡고 있는 공무직이다.

사례관리는 지역에서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대상자의 욕구와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가장 진화된 사회복지 서비스다. 

그러나 사례관리 업무는 시간 싸움이고 대상자의 욕구에 맞춘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류로 얼마만큼 지원했는지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고복임 주무관.

“가정에서 폭행을 당하고 집을 나온 이주 여성이 전세금 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려 했는데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해요. 그럼 이런 상황에 처한 여성에게 물품 지급은 당장 필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서류 작성 및 절차를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평가지 한 장에 다양하게 제공된 서비스를 적어내기는 어렵고, 한 장으로 업무를 평가하기란 애매한 부분이 있죠”

평가지 작성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없어지면서 사례관리 성과를 눈으로 확인 할 수 없지만 오히려 고복임 주무관은 사례관리 업무를 평가 받기 위함이 아닌 진정 대상자를 위한 복지 서비스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특히, 사례관리 업무 과정에서 대상자를 찾아가고, 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복지 서비스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담당 직원 혼자만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 사례관리를 하다보면 담당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져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사례관리 대상자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팀 회의 모습.
사례관리 대상자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팀 회의 모습.

“대상자 상담은 보통 2~3인이 함께 하고 있어요. 그리고 회의도 가장 중요한 만큼 대상자에게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팀의 회의를 거쳐 결정하고 있죠. 그래야 객관적으로 어느 것에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당진시 사회복지과 입사 전 자활센터에서 4년간 사례관리 업무를 했던 고복임 주무관은 오랫동안 많은 대상자를 만나왔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늘 깨닫는다.

“범죄지원센터에서 지역 내 장애 아동 가정 사례관리 의뢰가 들어왔어요. 당연히 가정 폭력이었고, 아동은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동안 아버지는 교육을 받았죠. 그런데 상담을 통해 어머니에게도 지적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어서 검사가 진행됐고, 아버지는 교육을 받았죠. 당초 가정 폭력으로 의뢰가 들어왔지만, 가정 내 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고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이 가정은 다시 사회로 건강히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대상자를 만나 서비스를 제공해 그들이 자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상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사례관리를 하다보면 대상자와 정이 들기 마련이죠. 그런데 간혹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전에, 혹은 진행되는 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게 정말 트라우마로 남아요. 내가 왜 더 못해줬나 하는 죄책감도 들고요. 정신적 충격으로 사례관리사들 중에는 심리치료를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지난해 당진시 사회복지과는 복사꽃 네트워크를 개최했다. 사회복지와 사례관리의 한 글자씩 붙여 만든 복사꽃 네트워크는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민간 사례관리 선생님들이 모여 각자의 경험과 어려웠던 상황을 이야기 나누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이 지역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고복임 주무관은 정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들을 개발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안정적으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례관리사들이 있어요. 저희는 모든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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