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처벌 수위 두고 ‘과잉처벌’ 논란
일부 운전자 “어린이보호구역 피해 다니는게 상책”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지난해 12월에 개정된 ‘민식이법’이 3월 25일 전국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가 아동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경우 강력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민식이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당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시속 30km 이하 운전, 과속 단속 카메라, 과속 방지턱, 신호등 설치가 의무화 됐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 모씨(40세,신평)는 “아이를 학교에 등·하원 하다보면 구역 내에서 과속하는 차량을 종종 보게 된다”며 “과속을 줄이고 그로 인한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찬성이다”며 민식이법을 조건부 찬성하는 의견을 내놨다.

당진시도 민식이법 개정에 맞춰 지역 내 어린이보호구역 89개소 61구간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을 비롯한 과속방지턱 시설 재정비와 6곳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위해 예산 편성을 준비해 하반기 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안전운전과 어린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 개정된 민식이법의 강력한 처벌 수위를 놓고 ‘과잉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리고 자칫 억울한 법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법 악용 우려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3일 기준 31만명이 참여했다.

청원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로는 찬성한다. 하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하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은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 그리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고를 운전자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라며 청원 글을 올렸다.

최 모씨(32세,송악)는 “민식이법 처벌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해 청원에 동의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민식이법을 악용해 되려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논란 속에 시행된 민식이법이 두려운 일부 운전자들은 “어린이보호구역은 최대한 피해서 다니겠다”며 “당진시 교통과에 지역 내 어린이보호구역 정보를 보내달라”는 문의전화도 빗발치기도 했다.

억울한 피해자 만든다?

특정범죄가중법 개정으로 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경우 ▲어린이 사망 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 상해 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제5조 13이 신설됐다.

문제의 쟁점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가 30km 이하로 달리더라도 조금이라도 부주의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과실로 여겨져 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김 모씨(35세,송산)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보통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구간이다. 결국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부모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만약 부모의 부주의로 아이들이 갑자기 차도로 나오면서 사고가 나면 억울한 상황인데도 모든 과실을 운전자에게 떠넘기는건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사고여도 민식이법이 적용되면 운전자는 처벌 규정이 강력하다보니 처벌과 벌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상대측이 합의금을 종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법’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지만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사고가 나더라도 블랙박스라던지 인근 CCTV를 통해 운전자가 피할 수 있던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법 적용이 이뤄질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법 적용 우려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민식이법이 지난달 25일 전국 동시 시행됐다. 당진 지역에도 민식이법 시행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 내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다니는 시민을 대상으로 민식이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합의금 종용 등 법 악용 소지 우려”
어린이보호구역 출·퇴근 운전자 30대 남성 A씨(송산)

김민식 군의 사건을 처음 접했던 A씨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상당히 화가 났다. 그래서 지난해 민식이법 개정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A씨는 “아이의 안전을 위한다 생각해서 민식이법을 찬성했다. 하지만 보호구역 내에서 사고를 당한 아이의 죽음이라는 감정적인 부분에 휩쓸려 정확한 법률을 따져보지 못하고 찬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첫날 A씨는 출퇴근길에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칠 때마다 평소보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운전하게 됐다고.

A씨는 “법이라는게 원래 지키며 살면 피해 볼 일 없다는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발생시키면 운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하다보니 이전보다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조심히 운전하더라도 사고에 따라 억울한 운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 이하로 달리더라도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들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운전자의 과실이 된다는 점에서 A씨는 당초 민식이법을 환영하던 입장에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게 됐다.

A씨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 자체는 찬성하지만, 법을 악용해서 합의금을 종용하는 사례 등의 여지는 남기지 않아야 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그런 차원에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아이를 지켜줘야 하는 어른들이 논리를 따져가며 이렇게 왈가왈부 하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식개선, 안전교육 먼저 이뤄져야”
아이들 등하원을 직접 하고 있는 40대 학부모 B씨(신평)

집 바로 앞이 어린이보호구역이어서, 아이들의 등·하원을 위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다닌다는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민식이법 시행보다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실정과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어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자칫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어른은 물론 어린이도 인지해야 한다”며 “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뒤따르던 차량은 물론 반대편 차량도 멈춰서 기다린다. 하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스쿨버스 정차를 피해 지나쳐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를 유발시키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차량을 강력 단속한다는 점에서 민식이법을 찬성하지만 과잉처벌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B씨는 “등·하교에 학부모차량과 학원차량 등이 한번에 몰리면 그만큼 사고 위험률이 올라가게 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창 뛰고 활발한 우리 아이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의 입장에서 민식이법과 같은 강력 법의 시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린이 안전교육 의무 및 운전자 시민의식 개선 등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B씨는 “아이들은 스스로 위험에서 몸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어른보다 부족하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시민의식 개선이 우선 되어야 한다”며 “아이들은 물론 보행자들도 교통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전교육을 통해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이는데 사회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졸속처리 법안, 개정 필요성 있어”
운전을 하지 않는 직장인 30대 여성 C씨(읍내동)

운전을 하지 않는 여성 C씨는 민식이법 시행에 따른 논란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물 우선 설치를 비롯한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 강화는 환영했다.

C씨는 “집 근처가 어린이보호구역이다보니 자주 지나다니는데, 방지턱이 있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자주 볼 수 있다”라며 “과속을 줄이고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물 설치와 단속 강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식이법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시속 30km 이내로 서행하며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 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안전에 유의’라는 것에 명확한 기준이 서지 않아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C씨는 “안전에 유의해 주의를 갖고 운행하겠지만 살짝만 스치거나 조금의 문제만 발생해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 책임으로 떠 넘기게 된다면 그게 과연 법의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는게 맞나”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민식 군의 사고 이후 여론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에 쏠리면서 국회는 이 법의 허점과 부작용을 깊게 고려하지 않고 졸속 처리 된 법이라고도 비꼬았다.

C씨는 “민식이법이 국회 처리 될 당시에 의원들이 법안 내용을 잘 살펴보고 진행했다면, 지금의 이런 논란은 없었을 거다”라며 “애매한 안전 유의로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민식이법을 공정하고 명확한 법안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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