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립도서관 이재명 주무관
대기업 근무, 개인 사업 운영했던 이재명 주무관...퇴직 후 삶 진지하게 생각하다
작은 도서관 만들어 보람차고 행복한 노후 소망...47살에 9급 사서직 공무원에 최종합격 

“톨스토이의 ‘오늘 밤까지 살아라. 동시에 영원히 살아라’라는 말에서 영원히는 행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는 오늘 하루를 살더라도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어느 직장에서든지 쉰 살의 직장인이라면 직책을 달고 조직을 이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당진시립도서관 관리팀 이재명(50세) 주무관은 47살에 9급 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늦깎이 9급 공무원이다. 

호텔조리 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외식업과 한국담배인삼공사 그리고 이랜드 등 대기업은 물론 개인 사업도 운영하며 늘상 관리직의 위치에서만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퇴직 후 어떠한 삶을 살아볼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퇴직 후의 삶을 그리던 그는 면사무소에서 인구조사 아르바이트를 했던 20대를 떠올렸다. 그리고 당시에 면사무소에서 열심히 일하던 주무관의 모습이 생각났다. 

“퇴직 후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보람차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 라는 소망은 있었죠. 그리고 어떻게 작은 도서관을 꾸려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 20대에 면사무소에서 아르바이를 하면서 열심히 일했던 공무원을 본게 생각났죠. 그게 연결되다보니 도서관에서 일해보고 싶더라구요”

마흔다섯, 가장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나이에 공무원 준비는 쉽지 않았을 터. 그는 “가족들은 전적으로 저를 믿고 지지해줬죠. 그랬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사서자격증을 취득했던 것 같아요”라며 믿고 기다려준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공무원 준비 끝에 그의 나이 47살이 되던 해에 사서직 공무원 최종 합격을 해낸 그는 당진 시립도서관 사서직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사서직은 거의 여자 공무원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남자 사서직이 발령받았다는 소식에 직원들이 기대했나봐요. 그런데 나이 많은 중년 아저씨가 온거죠”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을 관리직의 위치에서 일했던 그는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괴리감을 느끼기도, 때로는 동료 직원들과의 나이 차이로 심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래도 같은 9급 공무원들 중에는 제가 나이가 가장 많고, 그러다보니 팀장님이라던지 먼저 들어온 선배들이 일을 시키는데 있어서도 서로 불편함은 있을 수 있죠. 저 역시 제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까, 답답함은 있었죠”

하지만 조직을 이끌면서 배운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재명 주무관은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강 관리자의 마음을 알 것 같았죠. 팀장님을 비롯한 팀원들은 각자의 성향이 다르지만, 잘 어울리면 튼튼한 성을 구축할 수 있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나이차이를 극복하며 업무를 보고 있는 이재명 주무관을 당진시 여성가족과 홍승선 과장(전 당진시립도서관 관장)은 “중반의 나이에 시립도서관 사서직으로 늦게 공직에 입문한 친구 임에도 항상 부드러운 친화력으로 궂은 일도 물리치지 않고, 직원들과 화합을 다지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열린 사고를 가진 친구”라며 칭찬 했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에도 밤마실 도서관 콘서트가 열리기를 바란다는 이재명 주무관은  “코로나바이러스로 행사 추진이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어서 마음이 속상해요. 많은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그리고 저도 이번에 새로 맡게 된 업무인만큼 지난해에 이어서 꼭 하고 싶어요”라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사업을 운영하던 것과 다르게 공무원은 금전적으로는 적게 받아도 마음의 부담은 없어서 더욱 만족스럽다는 이재명 주무관. 

“공무원 생활에서 가장 큰 것은 보람이죠. 도서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시민들에게 좋은 책을 알리고, 책을 통해 함께 행복도 나눌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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