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장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장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장

[당진신문=오윤희]

올 봄은 대체 언제왔는지, 길을 걷다 우연히 봄꽃을 마주할때마다 당황스럽다. 코로나라는 아주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일상들은 하나둘 파괴되어가고, 마스크 구입을 위해 긴 줄을 서며 치밀던 짜증도 어느사이 덤덤해지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를 바로 코앞에 두고있지만 그 무엇하나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요즘. 충격적인 사건이 이슈가 되었다. 

바로 텔레그램 n번방.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은 온라인 메신저였던 텔레그램은 연일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화면에 메인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내막은 차마 말을 하기에도, 아니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고 공포스러워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미성년인 아동 청소년들을 성착취의 대상으로 삼아 돈벌이에 이용한 악마들의 이야기. 

지난 3월 5일 텔레그램 내 성착취 문제에 대한 청화대 청원이 20만명을 넘기고, 국회 입법청원이 10만명을 넘기자 국회에서는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하였다. 

하지만 이 법안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정치인과 고위직들의 발언을 보고 있자면 왜 사이버 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극악해지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인지 단면을 볼 수 있다.

“자기들은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 /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것이냐” 

바로 이런자들이 지금의 n번방을 키웠다. 이렇게 떠들고 있는 사이 n번방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죄 흔적을 지우고, 유유히 사라지고 있다.

소라넷이 폐지되었지만 운영자 4명 중에 1명만이 징역형을 받았다. 

생후 6개월 신생아부터 아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피해자의 성착취 동영상을 유통했던 다크웹 운영자 손모씨는 고작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4월에 출소예정이다.(게다가 당진거주자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고 장자연씨 사건, 버닝썬사건, 김학의 사건의 가해자들은 법망을 피해 유유히 살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역시 현행법으로는 입장자 전원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를 조롱하듯 그들은 온라인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지금도 여전히 집단 성착취를 벌이고 있고 지금 이순간에도 피해자는 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그동안 강력처벌 입법을 미뤄온 국회의 책임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외치고, 청원을 하고,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 순간에도 그저 개인의 취향이나 성적호기심 정도로 치부하며 ‘뭘 이런걸 가지고 법을 만드냐’고 했던 바로 그들이 공범이다. 지금 총선을 핑계로 미룰때가 아니다. 국회는 더 이상 n번방의 공범자, 배후자로 남지말고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하루라도 빨리 제정해야한다. 

운영자, 가담자를 비롯해 입장자 전원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다시는 또다른 n번방이 생기지 않도록,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형법상 처벌법을 도입해야한다. 물론 이 모든 것에 앞서 피해자들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회복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일명 ‘박사’라 불리는 n번방의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십거리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가 이전에 봉사활동을 다녔든, 기자생활을 했든 나는 그런 것이 궁금하지 않다.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한 개인의 일탈 행위쯤으로 보거나, 주동자 한 두사람 악마화 시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국민들의 분노와 관심은 국민청원수가 하루가 다르게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 20대 국회는 말로만 분노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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