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재능기부 수업하는 이혜경 씨
육아만 하고 남편의 퇴근만 바라보며 지내던 시간들
포기했던 순간에 찾은 봉사활동..삶의 의미 깨닫게 해줘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당진에서 육아만 하고 남편의 퇴근만 바라보며 지내던 하루 하루는 외롭고 힘들었죠. 어디도 갈 수 없겠다고 포기했던 순간에 찾은 봉사활동은 제 자신감도 높여주고 세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줬어요”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봉사로 시작해서 지금은 공예 선생님으로 지내고 있는 이혜경(40세) 씨는 불과 6년 전만 하더라도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육아하며 외로운 마음으로 지내야 했던 경력 단절 여성이었다.

결혼 전, 직장 생활을 하며 유기동물을 돕고 단체에 기부금도 꾸준히 내는 등의 봉사활동을 펼쳤었다는 이혜경 씨는 “아는 사람 없는 당진에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경력 단절이 되어 일을 구하기 어려웠어요.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여러 여건상 봉사 활동지를 정하기도 쉽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죠”라고 회상했다.

취업과 봉사를 포기 할 즈음, 집 근처에서 폴리머클레이 공예 수업을 신청한 이혜경 씨는 공예 수업 선생님이자 지금의 ‘좋은엄마품앗이학교협동조합’의 현연화 사무국장을 만나면서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결국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셈.

사회복지시설로 첫 번째 봉사를 나가던 날, 그녀는 “대상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어요”라며 “그런데 마침 첫 봉사날이 김장하는 날이어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벼웠어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참여한 봉사활동에서는 아는 사람도 늘어나고, 첫 날보다 부담도 적어 점차 봉사활동이 수월해 졌다. 이후 이혜경 씨는 현영화 사무국장과의 인연으로 6년째 당진어울림여성회의 손만세(손으로 만드는 세상) 회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와의 단절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결심했다.

“시설자 분들에게 단순히 찰흙놀이나 그림 그리기 정도만 해주고 오면 무언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어요. 이후로 시설자분들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공예를 배워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향이 들어가는 캔들, 비누, 향수, 방향제 등의 공예를 배운 그녀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재능기부 뿐만 아니라 당진청소년평화나비가 매년 진행하는 평화나비 페스타에서도 자비로 재료 준비는 물론 학생들에게 공예를 가르쳐 주고 있다.

“돈을 벌고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면 절대 봉사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거예요. 배운 재능을 무료로 알리고 자비로 재료를 준비를 했거든요. 다행히 최근에는 프리랜서로 공예 수업을 맡아 더 많이 재능 기부를 할 수 있게 됐죠”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을 해온 그녀의 영향이었을까. 이혜경 씨의 가족도 점차 봉사활동은 물론 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씨는 “남편은 동네 시설이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임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고, 아들은 친구들을 모아 동네 미화 활동을 자진해서 다녀요”라며 가족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맞는 봉사를 선택 할 수 있는 방안을 가르쳐보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당진청소년평화나비에 선생님으로 투입되어서 보니, 청소년의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더라구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봉사점수를 위해 억지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게 되면 시설자 분들이 그것을 느끼고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예요” 

이혜경 씨는 요즘 100원을 모아 볼리비아에 희망 꽃 학교를 세운 ‘꽃거지’의 한영준 씨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분명 자신이 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봉사가 반드시 어디에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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