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1개도 아니고 2개라니... 이건 말도 안돼유. 마을주변 공장들로 힘들어 죽겠는데 나이 많고 힘도 약한 주민들은 이렇게 당해야만 합니까?" - 석우리 주민 최씨(77세)

"원치 않는 산단에다가 유리공장에서는 유리가루가 날아오고 아스콘 공장 악취에 이어 이제는 폐기물 업체라니, 마을 주민들을 못 살도록 밀어내다 못해 쫓겨나는 기분입니다" - 석우리 주민 안씨(77세)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 합덕읍 석우리가 폐기물 업체의 입주계획에 시름에 빠졌다. 합덕읍 석우리 산 29-11, 29-13지번 부지에는 A폐기물 업체가, 산 33-1번지에는 B폐기물 업체가 각각 지난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두 업체는 주민생활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당진시로부터 부적합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처분에 A업체가 당진시를 상대로 사업계획 부적합처분취소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15일 당진시는 행정심판에서 패소했다.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행정심판의 청구에 대한 결과)에 따르면 A업체의 신청부지가 100m이내 민가 1채가 폐가인 점, 산림으로 둘러싸인 부지는 차폐가 가능하며 사업장 입주 시 악취방지시설 증설 등을 바탕으로 주민의 건강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증자료가 없는 점, 특히 주민민원을 사유로 행정의 부적정 통보처분은 폐기물업체 허가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사유가 부적절하다고 봤다.

석우리에 폐기물 업체의 입주계획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작년 7월 A업체의 주민설명회가 있고 8월 초 당시 이장, 지도자, 개발위원 등으로 구성된 10여명의 마을대표가 충북영동의 폐기물업체 견학에 나섰다. 이후 B업체의 견학으로 이어졌고 A업체와는 마을상생협력 양해각서를, B업체와 상생협약서를 체결했다.

A업체 공사부지
A업체 공사부지

석우리 비상대책위원회 이정주 위원장은 “주민설명회가 있기는 했지만 마을 주민들 대부분은 업체와 마을대표들 사이에서 이러한 협의가 오간 줄도 모르고, 폐기물 업체가 들어선다는 것조차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주민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비상대책위는 석우리 주민의 입주반대서명을 받아 민원을 제기했고, 폐기물 업체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면서 작년 9월 마을주민총회에서는 마을대표였던 이장이 사퇴하고 당시 지도자, 개발위원 등이 교체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조기형 석우리 이장은 “현재는 전 집행부와 화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전 집행부에서는 폐기물 업체들이 신청한 부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허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으로 협력서가 진행됐다고 들었다. 하지만 마을 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런 중대한 문제는 주민 모두와 공유해서 진행하고 해결해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결국 새롭게 구성된 석우리 대표들은 전 집행부가 마을발전을 위해 협력서를 체결하고 받은 마을발전기금을 돌려주고 지난달 24일에는 당진시장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시가 적극적으로 폐기물업체를 막아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에서도 이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들의 거센 민원으로 당진시가 A업체와 B업체에 사업계획의 부적합 처분을 내렸지만 당진시는 현재 A업체에게 패소, B업체는 소송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진시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행정에서는 주민의 민원을 무시할 수 없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A업체와 행정심판결과는 부적합처분에 대한 취소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A업체가 사업계획을 재접수한다면 적합처분이 내려지고 건축허가 절차를 통해 업체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B업체의 경우는 아직 소송 진행 중이고, 주민들의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우리의 한 주민은 “사실 당진시도 행정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상투적인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라며 “가끔은 시가 업체 편을 드는 것인가, 화가 나고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당진시민의 일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서 싸워줬으면 좋겠다. 늙고 힘 없지만 마을주민들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우리에 사업계획을 제출한 B업체의 행정소송의 결과는 이르면 3월 또는 4월말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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