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부터 갯벌 개간해 농사짓던 농민들..5년 전부터 포락지 진짜 주인들 나타나
조상 땅 찾은 이들 법원 경매로 포락지 내놓고, 구입한 소유주들은 비싼 값에 되팔아

“밤낮으로 물을 대 땅에 염분 빼고 하천제방이 무너질까 나무 심고, 그렇게 땀 흘려 농사 지어온 땅인데...우리같은 농민들은 어떤 권한도 주장할 수 없다고 하니, 허탈하고 황망하기만 합니다” -당진시 우강면 신촌리의 한 농민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최근 우강면 신촌리에는 40년 넘게 농사지은 농민들의 한숨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79년 삽교천방조제가 생기고 농민들은 바닷물이 드나들던 곳에 형성된 포락지를 개간했다. 포락지는 수면 밑으로 잠긴 토지로 지적공부에 등록되어 있어도 물이 들고 나기 때문에 흔히 표현하길 있어도 없는 땅, 즉 실용가치가 없는 땅으로 치부돼왔다.

오랜 시간 바다가 드나들었던 포락지는 염분기로 농작물이 자랄 수 없다. 하지만 삽교천방조제가 생기고 농민들은 갯벌이었던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그렇게 40년이 흘렀다. 평생을 자신의 농경지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농민들에게 5년 전부터 포락지의 ‘진짜’ 주인들이 나타났다.

농민 A씨는 “농민은 농사가 업이고 보릿고개를 어렵게 버텨오면서 어렵게 작물을 심을 수 있는 농지로 조성했는데 물에 잠겨있던 땅이 갑자기 주인이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냐”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A씨는 “사실 포락지의 주인도 그 옛날 눈이 밝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 앞으로 등기를 해놓은 것일 텐데, 우리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농민들은 주인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개간하고 농사만 지었다가 갑자기 나타난 땅주인으로 불법점거라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설명을 요약하면 물속에 잠겨있던 땅이었기 때문에 포락지는 당연히 주인 없는 땅인 줄 알고 농사를 지었다는 것. 그런데 최근 조상의 땅을 찾은 이들이 법원의 경매로 포락지를 내어놓기 시작했고 경매로 땅을 구입한 새로운 외지 소유주들은 자신의 땅이 농경지로 경작 중인 것을 알고 황당해한다는 것이다.

농민 B씨는 “평생을 농사지어 온 땅에 주인이라며 외지인이 찾아왔다. 법원 경매로 땅을 구입했다는 소유주는 자신의 땅에 하우스며 창고가 들어서있다며 황당해했다. 나도 당황스러웠고, 소유주도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시세보다 비싼 값에 되 팔려는 포락지 소유주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땅의 소유주들은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값에 되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 농민들은 시세보다도 높은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로 땅을 구입하기도 한다. 

결국 농민 B씨도 하우스와 창고를 옮길 수 없어 소유주에게서 포락지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또 다른 농민 C씨는 5년째 소유주와 법적공방 중이다. 85년도에 동네어른들과 하천 제방둑 경사면(갯고랑)에 논을 일군 C씨는 흔히 천수답(하늘을 보고 농사를 짓는다)으로 비가 오면 모를 심고, 가뭄이 심할 적에는 염분이 올라와 개답을 주기적으로 해야만 했다. 제방이 무너지지 않게 나무를 심고 염분을 빼기위해 밤낮으로 물을 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도 정상적인 수확량에 못 미치는 논이었다.

누구 집에 땅주인이 찾아왔더라는 이야기는 농민 C씨를 빗겨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땅주인이 어김없이 나타났고 하천에 잠긴 땅을 포함한 개간된 경작지, 제방 둑까지의 면적을 소유한 땅주인은 시세보다 높은 금액에 땅을 구입하든지 전체면적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요구했다.

농민 C씨는 “농사를 지은 경작지에만 임대료를 청구하면 이해하겠지만 땅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전체면적에는 하천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개간한 경작지가 포함됐다고 쓸 수도 없는 하천의 땅까지 구입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냐”고 답답해했다.

어려운 시절, 농사 짓기도 어려운 땅을 구슬땀 흘려가며 일궜는데 이에 대한 보호와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남의 땅에 부당이익을 얻은 파렴치한 농민이 됐다. 농사짓는 법밖에 모르는 농사꾼에게 약자를 위한 법은 어디에도 없더라며 이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농민 C씨는 “차라리 처음부터 개간을 하지도 않고 농사를 짓지도 않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며 땅주인의 권한을 이해 못하지는 않지만 영농비를 빼고 나면 항상 적자가 나는 농촌의 형편을 생각해주는 나라가 없는 기분이라고 힘없이 돌아섰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하천공사과 박영아 담당자는 “농민들이 소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지번의 하천은 일단 국가하천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하천법에 따라 매수청구제도를 통해 개인 토지를 보상하는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국가하천 지정에도 개인 소유의 땅을 국가소유로의 이전은 불가능하고 이 같은 개인 소유권 문제에서는 국가가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20년 이상 농사를 지으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유 취득 시효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판례를 변경해 현재는 무단점유자의 자주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포락지를 자신의 땅으로 등기해놓는 그런 경우가 있었고 특별조치법등으로 소유권 이전이 가능했던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토지대장이 있는 땅이라면 불법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농민들의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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