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립합창단 단무장 2월 해고...단원 9명 무더기 경고
합창단 “사상 전례없는 인사..징계 받았던 지휘자의 보복” 
당진시 “지휘자의 평정 참가는 당연..공정성에 문제없다” 

“설 연휴를 앞두고 평정등급에 따른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15년을 일하면서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뛰어가며 합창단에 대한 애정으로 버텨왔는데, 예상치 못한 해고통보는 마치 가족들과 즐거운 여행을 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한순간 가족전체를 잃은 가장이 된 기분이었습니다”(해고된 단무장)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시가 당진시립합창단의 사무단원 1명을 해고하고 9명의 연주단원에게 무더기 ‘경고’조치를 내렸다.

당진시는 지난해 12월 12일 연주단원에게 치러진 평정(근무성적평정정보)을 바탕으로 연주단원 9명에게 무더기 ‘경고’(4등급)를 내리고 단무장을 해고했다. 

해고된 단무장은 2017년 담당팀장의 평정에서는 97점을 받았지만 지휘자가 심사자로 포함된 이번 평정에서 60점 미만인 53.5점으로 ‘해촉’(5등급)을 받았고 지난 1월 17일 설 연휴를 앞두고 해고통보를 받았다. 

또 경고를 받은 9명의 단원 역시 시립예술단의 복무규정 조례에 따라 경고(4등급) 2회면 ‘해고’라는 ‘바람 앞의 등불’상황에 처했다. 

“전국 합창단 사상 전례없는 인사 조치”

지난 3일 당진시청 브리핑실에는 ‘당진시의 부당해고와 부당징계를 철회하라’는 당진시립합창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진시립예술단지회 박승환 지회장은 “합창단 전체에서 무더기 경고자가 나오고 해고자까지 발생했다는 것은 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인 상식자라면 이정도의 무더기 경고자와 해고자가 나온 것에 당연히 담당자가 의구심을 품고 처음부터 재조사를 하거나 해당자에게 해명권을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지회장은 “주12시간에 가둬놓고 2-30시간에 대한 노동력을 강요당하면서도 당진시민을 위해 노래해왔다. 한 해 60여 차례 연주는 주 12시간의 연습으로는 택도 없고 지난해 12월의 큰 연주는 한 달도 연습 안하고 올려 보내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시는 평정의 잣대를 들이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단원 B씨는 “공정과 불공정을 떠나서 명절 전에 해고통보를 하는 것이 15년간 일해 온 단원에게 과연 할 수 있는 일인지 참담한 심정이었다. 3월이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형에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의 입장에 대해 B씨는 “조례에 따르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지휘자와 합창단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시에서 알고 있으면서도 50%의 비율을 지휘자에게 맡긴 것은 사실상 시가 판을 깔고 지휘자에게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당진시장이 단장으로 있는 단체를 본인 스스로 직인 찍어서 직접해고를 시킨 거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징계받은 지휘자의 평정, 과연 공정했을까?

당진시립합창단내에서 불법녹취를 지시한 이유로 직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지휘자가 평정에 참여한 것은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의혹의 근거에는 합창단의 지휘자가 이미 연주단원의 근무평정(15점)이라는 지휘자의 평정항목이 있음에도 실기평정(60점)의 심사위원에 지휘자를 포함시킨 점. 사무단원의 평정에서 출결점수인 10점을 제외하고 지휘자와 담당자가 각각 45점(총90점)을 맡은 점.

또 경고를 받은 단원들이 짧게는 6,7년에서 14년까지 시립합창단을 이끌어 온 연차가 높은 단원들과 수석, 차석, 수석반주자로 기량이 뛰어난 단원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립합창단의 A단원은 “통상적으로 합창단의 실기평정에는 공정성을 위해 외부에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지휘자의 심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승환 지회장은 “누구보다 앞에 서서 열심히 노래하고 춤춘 단원이 무더기 경고를 받고, 연주를 준비하고 서포트 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다한 단무장이 해고됐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고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책임자는 지휘자..“공정성에 문제없다”

시는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진시청 문화관광과 김낙기 팀장은 “합창단의 총 책임자는 지휘자이고 그런 이유로 이번 연주단원과 사무단원의 평정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또 전문가들이 평정하고 최고, 최하점은 삭제한 평균점이 점수가 되기 때문에 만약 지휘자의 인사보복이 있었다고 해도 최하점은 삭제될 것이고 공정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단무장의 평정에 대해서도 “담당팀장이 전적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게 오히려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합창단의 총책임자인 지휘자와 45점씩 50% 비율로 하는 게 맞다고 봤다”면서 “주관적인 평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공정하게 하려고 고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오히려 지휘자와 합창단의 내부갈등이 있다고 해서 (지휘자를)배제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평점기준이 세분화 된 것은 기존의 평정에서 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였고 변경된 평점기준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초부터 구두로 설명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시립합창단의 이번 평정결과로 논란이 불거지자 김홍장 시장은 감사법무팀에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또한 오는 19일자로 번복 없이 해고되는 사무단원인 단무장은 부당해고에 맞서 재소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휘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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