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절에 관한 구구소회(區區所懷) 
[오피니언] 명절에 관한 구구소회(區區所懷) 
  • 당진신문
  • 승인 2020.01.22 06:05
  • 호수 12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두재 원당중앙교회 담임목사

[당진신문=박두재]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독립하여 자녀를 낳을 때까지를, 혹은 아이가 성장하여 부모의 일을 이어 받을 때까지를 한 세대(世代)라고 한다. 세대(世代)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를 말한다. 한 세대는 30년이다. 

지난 몇 십 년 전부터 세대의 특성을 담아서 표현한 재미있는 용어들이 등장했다. 이를테면 1990년대 당시(當時) 신세대(新世代)를 지칭하는 말인 ‘386세대’라는 말부터 ‘X세대, Y세대, Z세대’등, 비슷한 또래들을 하나로 통칭하는 용어들이 속속 등장했다. 같은 시기, 같은 사회적 사건을 경험하고 같은 환경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서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양식이 비슷한 또래의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한다면 나는 386세대, X세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의 성경에 보면,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구약성경 전도서 1장 4절)’ 라는 말씀이 있다. 구세대(舊世代)가 가고 신세대(新世代)가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러나 사람은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같은 것들 중에는 후대에 이어지면 좋을 것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명절에 대한 추억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전통 명절에 대한 아름다운 풍습을 구세대들만 경험하고 간직할 수 있었던 추억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산골도, 들판도, 바닷가도 아니지만 마을 초입인 아랫말에서부터 윗말까지 병풍처럼 길게 이어진 나지막한 산을 뒷 배경으로 하여 크고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하게 형성되어 있었다.(윗말. 아랫말은 동네 안에서 불리는 이름이었다) 마을의 앞쪽으로는 평야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럴듯하게 들판도 펼쳐져 있어서 바라만 보아도 풍성함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크게 부유한 동네는 아니었지만 뒷산 너머로는 바닷물이 들락거려 갯것을 잡을 수 있어서 어촌과 산골. 들판의 모습까지 담고 있는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들판 건너편에는 읍내로 이어지는 곧은 길과 맑은 개울이 나란히 뻗어 있었다. 개울 중간 중간에는 작은 모래톱도 형성되어 있어서 가끔은 모래를 퍼다 나르는 똥냄새 나는 마차(馬車)의 뒤를 따라 학교를 오가기도 했었다.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세상살이를 전혀 알지 못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명절을 걱정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명절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명절 전에는 읍내에 대목장이 서는데, 장을 보고 오시는 할아버지나 할머님의 손에 무엇이 들려 있을지 읍내로 난 길을 바라보면서 설빔을 기다렸었다. 선물로 받은 운동화와 옷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할 때는 눈을 뜨면 설날 아침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저녁이라도 새 옷을 입고 운동화 신고 마당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왜 굳이 명절날 아침에 새 옷을 입고 새 신을 신기 시작해야 했는지 명절을 기다리는 이삼일이 길게만 느껴졌었다. 

약간 굳어진 긴 가래떡을 썰 때면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달지 않고 찰기도 없었지만 구수한 맛이 입 안에서 감돌았다. 고향을 떠나 흩어져 살던 친척들이 모이면서 후끈 달아오른 집 안의 뜨거운 열기를 대문 밖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향한다. 몇 겹 쌓인 눈을 밟으면 발목까지 빠지는 곳도 있고, 발을 잘못 디디기라도 하면 무릎까지 빠졌다. 눈 덮인 산에 발 도장을 찍으며 손바닥 두 길이만한 소나무 가지 끝을 꺾어서 성묘하는 사람의 수대로 산소 앞에 놓았다. 성묘를 끝내고는 집 안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뵈며 세배를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만혼(晩婚)과 비혼(非婚)의 확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한 사람을 위한 경제’라는 의미의 ‘일코노미(1+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행(혼자 여행가기), 혼영(혼자 영화보기)이라는 신조어가 우리사회에서 꽤 익숙해진지 오래다. 

아련한 나의 명절 추억을 ‘Echo Boomer 세대(M세대 또는 모바일세대라고도 부름)’도 공감할 수 있을까?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삶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세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인터넷 메신저를 통하여 의사를 주고받는 세대들이 삼십년이 지난 뒤에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명절에 관한 추억은 어떤 것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