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어르신들의 식사와 간식거리 챙기는 만물상
없는 것은 장에서 사고, 있는 것은 집에서 가져가고
“어려울 것이 뭐 있간? 생기면 가져가는건디 것도 못해유?”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칭찬공무원과 칭찬릴레이는 격주로 번갈아 실립니다) 

“어제도 팥죽 쑤고, 오늘은 사과 가져다 드리고, 굴 까가다가 잡수시라고 갖다 드리고... 전화가 오니께 가야쥬, 우쪄?”

올해나이 일흔 셋, 환갑도 넘기고 칠순도 넘겼지만 이명순 씨는 합덕읍 삼호리에서 젊은 피다. 31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은 한집 거르면 빈집,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훨씬 많은 어르신들이 매일 경로당을 찾는다.

여섯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뿐이라 명순 씨는 경로당 어르신들의 식사와 간식거리 등을 챙기는 합덕읍 삼호리의 큰손이다.  

스물 하나, 청양에서 시집을 와 50년 넘게 삼호리에 터를 잡고 쌀농사, 콩농사를 지으며 농사철이면 농사일로, 겨울철이면 또 겨울대로 바쁘다는 명순 씨는 경로당 어르신들의 전화 한통이면 금세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경로당의 밥솥도 그의 손에 들려오고 어르신들 점심 한상인 먹거리, 국거리, 간식거리 등등 반찬도 수육부터 김치, 된장에 이르기까지 큰손 명순 씨는 삼호리의 만물상이 따로 없다.

“내가 가난이 뭔지 알고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돕는 것은 또 당연하고, 참. 이거 칭찬할 것도 없슈, 뭘 하간? 집에 찹쌀농사 지으니께 좀 가져다주고... 과수원하는 사촌이 또 많이 주니께, 걸 다 나 혼자 어떻게 다 먹어?”

경로당 전용마트도 아닌데 어르신의 전화 한통이면 명순 씨의 손에는 원하는 먹거리가 척척 들려있다. 어제도 명순 씨는 콩나물을 사다가 국을 끓여드리고 필요하다는 양배추와 닭 2마리를 잡아다 가져다줬다.

없는 것은 장에서 사다드리고, 있는 것은 집에서 가져가고 크게 어려운 점도 없다는 명순 씨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있으면 나누고 없으면 구하고. 그렇게 지난 날을 살아온 탓에 마을 어르신의 칭찬에도 손사래를 친다.

“어려울 것이 뭐 있간? 집에 있는 거 가져다 드리고, 생기면 가져다 드리고, 것도 못해유?”  

엄마를 닮아 이따금 집을 방문하는 막내 딸은 경로당 어르신들 드시라고 닭을 튀겨온다며 명순 씨가 흐뭇하게 말했다. 딸의 착한마음에는 자랑을 늘어놓으면서도 본인의 마음에는 칭찬이 인색한 명순 씨다.

“오래 같이 살던 동네 분들이이잖유. 나야 여기저기 일 다니고 벌이도 있지만 어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그럴 수 있슈? 계속 봤던 마을 어르신들이니께 그냥 같이 해먹고, 그렇게 사는 거지”

마을 사람들과는 이미 한 가족이 되어 내 집만큼 자주 드나든다는 삼호리 경로당은 명순 씨의 활약으로 항상 푸근하고 맛있는 연기가 모락모락이다.

“나도 이제 나가봐야쥬. 어르신이 기다리고 있슈! 쌀 가져다준다고 해놓고 이러고 있고 나도 참... 얼른 가봐야겠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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