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표로 드러난 당진지역 인재채용 확대
공수표로 드러난 당진지역 인재채용 확대
  • 배길령 기자
  • 승인 2020.01.11 06:40
  • 호수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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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신뢰도 하락과 맞 닿아...MOU에 신중 기해야”
2018년 9월 당진시와 지역인재 채용확대 MOU를 맺은 당진관내 대기업 10곳.
2018년 9월 당진시와 지역인재 채용확대 MOU를 맺은 당진관내 대기업 10곳.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내외 기업들과 체결하는 MOU가 ‘공수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아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진시 역시 이런 지적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실제로 당진시가 지난 3년간 추진한 MOU는 총 117건으로 이중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업무·투자양해각서는 27건이다. 이중 2018년 10월 엘지화학과 맺은 MOU는 계약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냈지만 이외에 유명무실한 것이 많다.

2017년 맺은 2건의 중국 북경 리어, 일본 니타와 맺은 MOU는 아직도 투자준비중 상태이고, 2018년 11월에 맺은 제이스코리아와의 MOU는 투자포기로 무산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답보상태이거나 포기된 사업은 총 9건으로 33%에 이른다.

특히 2018년 9월 대기업 10곳과 맺은 ‘지역인재 채용확대 MOU’는 더 큰 문제다. 애초에 당진시는 물론 기업들도 지킬 수 없는 ‘공수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진화력 “인사는 본사, 100% 블라인드 채용” 
현대제철 “협약은 권고...신규채용시 고려만” 

당시 당진시와 대기업이 맺은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위한 협약서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당진시는 인재채용 기업의 욕구에 맞는 일자리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지역인재 채용 우수기업 지원에 적극 노력 한다. 기업은 신규인력 채용 시 우수한 지역인재에게 채용기회를 확대하고 자체적으로 지역인재 채용계획을 수립한 후 목표이행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이렇듯 당시 당진시는 지역인재 채용 우수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노력  한다고 명시했지만, 2018년과 2019년 당시에 이에 대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이 지역인재 채용을 어느 정도 해왔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

당진시청 경제에너지과는 “MOU가 강제력이 없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대기업에 압력을 넣을 수 없을뿐더러 대기업은 본사가 인사에 관여하며,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이력서의 거주지 또는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다”며 “이런 이유로 데이터를 집계할 수 없었고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협약을 맺었던 당진화력본부 총무팀 신원식 차장은 “인사는 본사가 담당하고 100% 블라인드 채용으로 이뤄지기는 하지만 지역가점 사항이 있고 비록 한계가 있는 MOU라고 해도 신성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10명의 인턴을 배정하는 등 노력이 있었다”며 “2018년 이후 운전직군과 특수직군 자격증을 보유한 당진지역민을 각각 2명, 3~4명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홍보팀 이승희 부장은 “작년에만 채용인원 전체 32명에 있어서 과반수를 당진의 고등학교, 대학교 출신으로 뽑았다. 시에서 집계가 어려운 건 회사 자체 인사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협약자체가 채용의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닌 권고개념이기 때문에 솔직히 인력채용 시 고려하는 사항은 있지만 MOU를 바탕으로 몇 명을 채용하고 이를 지자체에 알려주는 건 과도해 보인다”고 답했다.

지켜지지 못할 MOU에 당진시 신뢰도는 하락 이렇듯 MOU의 개념이 지역에 대해 고려하고 채용확대에 노력한다는 의미일 뿐 법적구속력과 효능이 전혀 없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면 왜 굳이 맺어야만 하는 걸까.

지난해 12월 당진시 시정질문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던 조상연 의원은 “MOU가 아무리 법적구속력과 강제력이 없는 것이지만 기사로써 접하는 시민들에게는 다르다”며 “물론 기업 측에서는 사회적 책임 등으로 시와 MOU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기업 측도 인사담당자와의 얘기가 전혀 없이 진행된 MOU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이행여부를 알 수 없는 MOU는 당진시의 신뢰도 하락과도 맞닿는 문제다. 앞으로는 당진시가 MOU 체결에 있어서 상대측의 이행이 있어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9월 대기업과의 MOU에 대한 데이터수집과 예산확보가 불가해 미진했다는 점에서 당진시는 2019년 10월 중소중견기업 10곳과 지역인재 채용확대 MOU를 맺었다. 올해 총 3000만원의 예산으로 각 기업의 채용비율에 따라 당진시는 인·적성 검사비 등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당진시 경제에너지과 담당자는 “2018년은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관리는 실질적으로 올해부터다. 지난 18년도와 19년도에는 인센티브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앞으로는 각 기업의 채용비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대적으로 홍보되는 MOU가 보여주기식 쇼로만 끝날 경우 당진시민들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당진시에게는 신뢰도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역 현안에 대해 공감을 이끌고 진정한 상호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이제 홍보용 ‘쇼’는 그만두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