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벼랑 끝에 서있다. 지난 20일 감사원의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실무자 협의회가 내부통신망에 올린 ‘어쩌다 감사원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라는 글을 통하여 과감한 인적쇄신을 요구했다고 한다. 공연한 요구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야말로 어쩌다 감사원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국민이 믿을 곳은 도대체 어디에 있으며, 있기는 하는 것인지 암담한 심정을 호소할 길조차 없게 되지 않았는가.
쌀 직불금 소용돌이의 도마 위에 감사원이 올라있다.

작년 쌀 직불금 감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덮고, 부당수령 공직자들의 명단을 폐기하는 등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혹이 그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 청와대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감사원 인적쇄신요구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권력 줄 대기’ 현상과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눈에 뵈는 게 없는 감사원내 일부 인사들의 행각이야 외부에서도 익히 파악되는 바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각이 더 정확할 것이다. 권력에 줄을 댄 이러한 인적구성이 감사원 본연의 임무를 제한하고 통제하며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등 파행으로 치닫게 한 근본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권력에 줄을 대는 인사들로 감사원의 요직을 채워서야 어떻게 감사원의 독립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니 애당초 그 존재가치가 유명무실하여 권력의 눈치나 살피는 하수가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감사원을 두고 벌인 역대정권의 행태가 다 대동소이했다. 그렇다면 권력은 언제까지 감사원의 존재와 기능을 그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으려 하는가.


무슨 사안이 발생하면 제도적 보완부터 먼저 거론하는데, 우리의 경험칙으로 보면 인간의 의지와 사회적 환경이 언제나 새로운 제도를 압도하여 또 다시 새로운 제도보완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을 보아왔다.
더 이상 제도 탓할 일도 아니다. 현재의 제도에는 얼마나 충실했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감사원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 정권이 가져온 인식의 전환과 반성, 그리고 권력자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만 남길 뿐이다.
자신을 향한 유일한 자정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서야 무슨 담금질로 외부를 향한 과감한 칼날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오장육부가 깨끗해야 건강이 담보되는 것 아닌가.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정권이 진정성을 보이는 계기가 되어 국민과의 소통과 정권의 보신(保身)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권의 과감한 역발상을 통한 자기쇄신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국론통일의 방편이 되고, 나아가서는 정권의 자구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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