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김용균법 피하려 꼼수...법 역이용”
“현대제철, 김용균법 피하려 꼼수...법 역이용”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12.21 06:00
  • 호수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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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도금작업 기존 도급업체와 계약해지 예정
12일 도금작업자 채용 공고...‘55세 이상 우대’ 논란되자 항목 삭제
현대제철 “효율적 인력운영 고려 정규직 채용 부담...원청과 직접계약도 직영”
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 개정된 산안법 취지 역이용..씁쓸”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현대제철이 도금작업의 채용공고를 내면서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은 기존의 도급방식으로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산업재해를 막고 원청의 안전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통과된 법안이다. 법안 내용은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대상물질의 제조·사용 작업 등 유해·위험작업의 사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법을 준수한다는 이유로 지난 12일 전체 협력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도금작업자 채용공고를 냈다. 공고는 55세 이상의 고령자 우대를 요건으로 직영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현대제철이 기존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52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대신 계약해지를 선택하는 한편 2년 이상 근무에도 정규직 전환의 의무가 없는 고령자를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2인 1조인 도금조에서 서브작업자를 제외한 메인작업자만을 원청의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체용공고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이승희 부장은 “도금공정 작업에 대해 회사가 직접 운영하라는 법의 내용을 준수한 채용공고다. 기존 작업자의 정규직전환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달 16일부터 하청노동자가 할 수 없다는 법에 따라 직영체제로 운영하기 위해 공고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55세 이상 고령자를 우대하는 자격요건이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처음에 “채용공고 전체를 철회했다”고 설명했지만 재차 확인질문이 계속되자 “채용공고에서 55세 이상 우대내용은 제외했다. 현재 공고는 진행 중”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현대제철 효율적 인력운영 고려...정규직 전환 부담”

현대제철은 위험한 일이기는 하지만 도금작업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 없는 업무이기 때문에 정규직 채용은 실리에도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개정된 법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가 일할 수 없으니 원청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이승희 부장은 “산안법의 개정에 따라 원청이 직접 운영하라는 것이지 법의 개정이 피상적으로 기존의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회사의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고려하면 정규직 채용은 부담스럽다. 계약직이라 하더라도 원청과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직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에 대해서는 “공고자체가 사내 협력업체 대상으로 모집이 나갔기 때문에 기존 노동자가 응시를 해도 무방하다”며 “다만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업체 내 전환 배치 또는 타 협력사 배치를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박광원 부장은 “사측의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법상 (정규직 전환을) 해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법의 취지에 맞춘다면 이 같은 꼼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역시 최대한 이뤄지도록 전환배치 등을 권고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답변이다. 갑자기 다른 일을 배워보고, 버티지 못할 거 같으면 나가라는 말과 똑같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박 부장은 “28년만에 개정된 산안법이지만 정확하게 명시된 것이 없으니 법의 취지를 역이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