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들끓고 있다. 공무원의 모럴해저드(moralhazard)가 갈 데까지 가고 만 것이다.
감사원은 2006년 쌀소득보전직불금 수령자 99만 8000여명 중 17만 여명에서 최대 28만 여명이 직불금을 위장수령했고 이 중 공무원이 4만 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위장수령자들이 불법으로 챙긴 직불금은 1,68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직불금 수령자 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17~28%에 이르고, 농사를 짓는 사람 중 13~24%가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정당한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이들의 자괴감은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사정당국이 직불금수령 공무원을 내사한 결과 1~3급 고위공무원 1,500여명 중 100여명이 직불금을 수령했거나 신청한 사실이 파악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이러고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하겠는가.


쌀 직불금제도는 쌀시장 개방에 따른 농민의 피해를 보상한다는 명분으로 2005년 7월부터 시행된 쌀농사 농민들에 대한 직접현금보상제도이다. 그것을 가로챈다는 것은 배고픈 아이에게 돌아가야 할 빵조각을 가로채서 먹어치우는 것보다도 더 혐오스럽고 만인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국민의 혈세가 쓰임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없고 한 푼의 낭비도 없도록 투철한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올바른 일처리를 해야 할 공무원들이 곶감 빼먹듯 마구 빼먹었다니, 그러고도 못 먹는 자가 바보라는 식으로 별반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을 받지도 않는 듯하니, 국민들은 그저 막막할 뿐이다.


이런 상태로 더 이상은 안 된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고 도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이번 일에 연루된 자들을 철저하게 가려내어 회수할 것은 회수하고 응징할 것은 응징해야 한다. 어떤 것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개혁은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될 것이고 국민의 불신은 더 이상 정부도 공직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직불금 불법수령 공무원 4만 여명을 파직하여 일자리 4만을 창출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직불금신청자격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마련 없이 무자격자가 농지 소재마을 이장으로부터 ‘농지이용 및 경작현황 확인서’에 도장 하나만 받으면 직불금 신청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점이나, 양도세 중과를 피하는 데 쌀 직불금 수령여부가 자경의 근거로 ‘땅테크’ 수단이 되는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봉화차관 문제를 봉하 대 봉화의 구도로 대응한다는 따위의 치졸한 발상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뿐이니,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무너지고 있는 우리의 공직사회를 바르게 세울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여, 야로 편 갈라서 대응할 일이 아니다. 국민이 시퍼렇게 날 세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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