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오피니언] 생명의 은인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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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진신문
  • 승인 2019.11.09 06:00
  • 호수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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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루 시민학교 늦게 핀 꽃 자서전 발췌-구금용

[당진신문=구금용]

제 나이 79세입니다. 22살 갓 시집을 온 새색시 적 이야기입니다.

1961년에 다시 태어나게 해준 세브란스 병원에 근무하셨던 남씨 성을 가진 의사 선생님이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 어느 하늘 아래 살고 계신지 늦었지만 뵙고 싶습니다. 제가 시골에서 어렵게 살 때여서 병원에도 못 갈 때 였습니다. 그 때 친척집 도움으로 서울 세브란스 병원을 가게 되었지요.

병원을 가서 뵌 분이 남씨 성을 가진 내과 선생님이었습니다. 진찰을 하시고 나서 심장병이라 하시며 수술을 권하시자 우리 새 신랑이 이렇게 대답했지요.

"시골 살림이 어려워 병명이나 알려고 왔습니다"

이 소리를 들으신 선생님께서 한숨을 내쉬며 “나이가 아깝습니다” 하시더니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되었을까요. 선생님께서 들어오라 하시더니 시골에 가면 오래 살 수 없으니 입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잇지 못하고 이렇게 따뜻한 선생님께서 내 생명을 구해줄 줄이야 꿈엔들 알았을까요. 생각만해도 가슴이 메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치료를 잘 받고 선생님께 인사 한마디 못한 채 돌아와 자식들 5남매를 낳아 부모역할을 다하다 보니 뒤돌아 볼 새 없이 살다보니 사람 된 도리를 못하고 그 한을 안고 자식들을 장성시켜 제 갈길을 보내고 나니 허공에 매달린 수렁이가 되려할 때 달님이 도왔는지 해님이 도왔는지 해나루 시민학교에서 호롱불을 비춰줘서 밝은 세상을 보게 되어 내 인생을 즐기고 있답니다.

이 모두가 선생님께서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진즉에 한글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선생님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을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 전할 길이 없어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사십 년 전에 선생님을 찾아보려고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갔지요. 가보니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많이 변해 있더군요. 설레이는 마음으로 병원 중앙에 있는 안내실을 찾아가 남씨 성을 가진 선생님을 찾으니 이름을 몰라 못 찾는다 하여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지요.

실망 속에 다시 한번 세상을 원망하며 살고 있지요. 선생님, 이승에서 못 뵈어 저승에서라도 찾아뵈리다.

다시 태어난 구금용이가 영원히 선생님을 잊지않겠습니다. 이렇게 앞만 보고 살다보니 세월은 흘러 영감님이 세상을 떠나고 보니 영감 빈자리가 허전한 마음에 시민학교에 다니며 우리 아우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 가는 도중에 인정도 눈물도 없는 저승사자가 내 가슴을 찢어 놓네요.

부모의 도리도 다 못하고 자식을 붙잡지도 못하고 보내는 어미의 마음은 천 갈래 만갈래 찢어진들 삼천초목인들 알리요. 내 가슴만 타고 있네요.

아들아, 이승에서 못 다한 꿈을 맘껏 누리고 편히 쉬고 있거라. 못난 어미를 용서하여라. 2019년 1월 7일 아들을 그리며 흰 종이에 마음을 달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