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취약계층 노인이 되었나...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들
나는 왜 취약계층 노인이 되었나...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들
  • 지나영 기자
  • 승인 2019.11.09 06:00
  • 호수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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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 헌신하던 노인과 나를 먼저 생각하는 가족주의를 가진 자식
자녀에게 방임당해도 이웃에게조차 알리지 않는 노인들 많아
자녀와 단절되어도 직접 수급신청하지 않으면 진행조차 안되는 현실
신기원 교수 "자녀 의존도가 높은 고령 노인들에게 정보 나눔 공간 필요"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당진시 OO동에 거주하는 장애 3등급 노인 A씨는 치매를 앓고 있다. 게다가 A씨는 생계가 어렵지만 자녀의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다. A씨는 혼자서는 병원을 갈 수도 없고 식사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마을 이장과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생활관리사의 도움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당진 OO동에 살고 있는 노인 B씨는 아들이 재산을 넘겨주면 매달 용돈을 드리겠다는 말에 재산을 양도했지만, 이후 믿었던 아들에게서 연락이 끊기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당진시에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아들의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식만 믿었는데, 씁쓸한 노후를 맞이한 그들
부모의 처지보다 ‘나’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 즉 부모를 포함하던 가족주의관이 ‘나와 자녀’로 범위가 좁혀지면서 자식들에게 버려지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당진시 노인 인구 수는 10월 말 기준 298,009명으로 당진 전체 인구수의 17.9%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65세 이상의 기초생활수급 대상 노인은 1,326명이다.

본지에 B노인의 사례를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는 “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고 고령의 인구만 사는 마을일수록 세상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한정적이고 자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자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신기원 교수도 “고령 노인일수록 본인이 어려워도 자식이 잘 돼야 한다는 헌신적인 태도와 마음에서 비롯된 취약계층”이라며 “또한 고령 인구가 많은 외곽 지역일수록 자식에게 의존하는 노인이 많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추측했다.

더 큰 문제는 자식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노인들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상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녀와 단절되어 사는 노인이어도 직접 수급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는 생활보장위원회 조사를 진행조차 하지 않는다.

당진시청 사회복지과 생활보장팀 이재원 주무관은 “이웃이 신청하더라도 해당 노인이 직접 신청한게 아니면 자녀와 단절되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신기원 교수는 “보통 부모의 마음을 가진 노인들은 자식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본인을 스스로 돌보지 않고 자식으로부터 방임을 당하더라도 이웃에 알리지 않는다”며 노인이 수급신청을 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한편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중증 장애 1~3급 수급자에 한해 부양할 책임을 지닌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장애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홍석록 주무관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어 전국 4만여명이 혜택을 더 받을 거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기준 완화는 중증 장애를 지닌 노인에 한정되어 있다보니 비장애 취약계층 노인들은 여전히 씁쓸한 노후를 맞이 할 수밖에 없다.

신기원 교수는 “지역사회가 정보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노인에게 경제와 인문 등의 다양한 정보를 비롯해 현실적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는 자리가 형성돼야 한다”며 “마을 경로당에서 지역노인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 지식도 쌓을 수 있어 취약계층 노인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