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활성화 방안은 없는가?

▲ 2006년 10월 총 22억원을 투자해 완공된 자전거 전용도로가 관리부실과 홍보부족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최근 전국에 자전거 열풍이 불고 있다. 과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유가파동으로 교통문제가 전 세계적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웰빙 문화의 급속한 확산과 더불어 개인의 건강과 공공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건강과 레저 수단인 자전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 또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인데 그 내용을 보면 △자전거 옆을 지나는 자동차의 안전거리 확보 의무화 △자전거 운전 어린이의 안전모 착용 의무화 △자전거 신호등과 전용차로 표지 신설 등이다.

주민은 ‘열풍’ 당진군은 ‘시큰둥’

당진군에도 그 여파가 미쳐 최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당진군의 자전거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니 열풍이다.


지난 달 당진군에서는 도에서 내려운 ‘자전거 활성화 방안’ 지침을 하달 받고 지난 8월부터 ‘공무원 차 없는 날’을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날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동참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얼마 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2006년 10월 총 22억원을 투자해 완공된 3.5km 구간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2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단 한번도 유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당진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표현이 제격일 것이다.

▲ 자전거전용도로 터널, 전등하나가 나가 있어 야간에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목숨 담보하고 타는 자전거

현재 당진군은 고질적인 주차부족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모든 정책이 자동차 우선이다 보니 도로가 자전거는커녕 사람들이 걸어다니기에도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려 해도 불법주차와 노상방치물, 좁은 공간 등으로 인하여 자전거가 차도로 나올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세워 놓으려 해도 마땅한 장소도 없는 현실.


자전거 동호회원 신성철(34,당진읍) 씨는 “지금 자전거를 타고 당진관내를 달린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밧줄을 타고 그 위에서 뛰어 다니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자동차 우선적인 정책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자동차로 나타나는 여러가지 폐단을 줄이려면 대중교통을 유도하고 자전거 같은 개인 교통수단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자전거 활용을 증대시킨다면 대중교통 활성화 측면에서 부가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또한 대기오염과 교통난, 주차난도 충분히 해소시킬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 전용도로를 밝히는 가로등에 설치된 당진군 깃발이 휘어져 있어 처량해 보인다.
잘 만든 자전거도로

지난 2006년 당진에서 열린 도민체전을 앞두고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타지자체의 부러움을 살만한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진군은 자전거도로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답은 ‘아무것도 안했다’이다.


그렇게 잘하는 홍보도 볼 수 없었고, 이용자들도 거의 없었다. 실제로 기자는 오토바이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타는 군민들이 그나마 많다는 오후 5~7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단 2명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전거 보관대는 이미 폐차 보관대로, 도로 곳곳 패이는 곳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타기에는 위험한 곳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당진읍내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오토바이와 차량들의 주차대로 이미 전락한 상황. 자전거전용도로도 그 수순을 밝고 있다.

▲ 관리부재로 자전거도로 곳곳이 패인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쏟아지는 아이디어, “우리는 없나?”

전국 곳곳에서 자전거 신드롬이 불다보니 각 지자체에서도 활성화를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정책을 살펴보면 우선적으로 자전거활성화 조례를 필두로 △자전거도로 및 거치대 확충 △자전거 이용자 인센티브 제공 △자전거대회 및 각종행사 개최 △자전거교실 및 대여소 운영 △자전거공원, 휴게소 설치, 캠페인 전개 △순환식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등이다.


특히, 자전거도로를 설치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당진군은 창원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창원시의 ‘순환식 자전거전용도로’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한 것으로 자전거를 타는 시민이 편리하도록 단절된 자전거도로를 연결해 순환식 자전거도로를 설치한다는 것.


자전거도로에 도로명을 부여하는 등 ‘자전거 특별시 창원’을 전국적으로 알린다는 포부를 안고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전거 전용휴게소를 설치해 간단한 간식섭취나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인 반면 아직까지 당진군은 지난달에 실시한 ‘공무원 자전거 공동구매’외에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전거활성화 조례 절실

전국적으로 자전거활성화 조례가 제정되어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긴 하지만,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당진군을 제외한 각 지자체에서 자전거 활성화 조례를 만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에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자전거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선진국의 모방도 좋고 우리만의 창조도 좋다. 좀더 여유로운 길과 사색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의 도시들은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는 자동차를 감당하기에는 그들의 도시가 너무 좁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감히 자전거 정책에 눈을 돌렸다. 시속 80km에 달하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를 시속 18km에도 못 미치는 자전거로 바꾸겠다는 정책은 당시 우스운 일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유럽의 자전거 도로는 더 이상 환경 프로그램이 아닌 경제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무모한 시도’처럼 보였던 그들의 도전이 ‘거대한 시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전거가 홀대 받지 않고 차보다 우선시 되는 당진군. 이것은 불가능한 꿈이 아닌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이다.
정윤성 기자 psychoj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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