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복순

[당진신문=강복순]

일과를 마치고 나면 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고자 목욕을 간다.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한다. 나는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십 여분의 시간이 걸리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영업이 시작되면 약간의 긴장감과 의무감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외모를 다루는 특성상 다양한 층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하며 대응해야 하는 애로 사항도 적지 않다. 그 피로를 풀고자 그곳으로 간다.

목욕탕에 도착하면 뿌연 수증기를 뚫고 마주치는 사람들, 경계도 가식도 없는 그곳에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탕 속에 몸을 맡긴 후 아주머니 들은 자연스럽게 일상을 털어 놓는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는 온탕의 온도보다 더 높게 가열 시킨다. 아주머니 한분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 한다. 토마토 농사짓는 분은 토마토에 대해 작년보다 크니 작니 해가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을 받아치는 식당 아주머니는 손님의 말과 행동에 따라 반찬 한 가지라도  주고 싶고 어떤 사람은 준 것도 뺏고 싶다고 한다. 또 다른 분은 유치원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며 학부모 등살에 학원도 못하겠다고 하소연 한다. 그날 그날의 주제가 바뀌며 하루의 일과를 여과 없이 쏟아낸다. 목욕탕은 내일을 위해 다시 정비하고 하루를 털어 내는 곳이다.

나도 손과 발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작년에 손목터널 증후군 이라는 병명으로 일상이 많이 힘들었다.

그 후로 물리치료와 같이 목욕을 자주 간다. 그 덕인지 아픈 곳이 많이 완화되었다. 목욕을 자주 가는 이유는 몸도 좋아졌지만 가식 없는 그들의 모습에 인간미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그곳은 모든 겉치레가 필요 없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생 공부를 한다. 탕으로 입장하는 분들을 보면 구부러진 허리, 뒤뚱거리는 걸음, 날씬한 몸매를 뽐내는 젊은 여인 얼굴과 몸의 흑백 명암, 사람 하나하나 그들의 삶을 설명하지 않아도 사는 모습이 수채화처럼 스쳐지나 간다.

먼 곳에 있는 행복 쫓지 말고 소소한 행복 즐기다 보면 내가 자연으로 돌아갈 즈음은 더 큰 행복이 내게 와 있지 않을까 한다.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충전을 하고 나오는 상쾌함이 커다란 행복으로 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오늘 최선을 다하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나에게 행복을 주는 목욕은 내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열심히 살아온 나는 꿈에서도 행복한 탕으로 직진한다. 다시 하루가 시작한다. 3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반복된 생활이다.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우직함인지 미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성실성만큼은 토닥토닥 등 두드리며 칭찬해 주고 싶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