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현 / ER미디어 대전 충남본부장

훈민정음(訓民正音),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그 '바른 소리'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흔히 바른 소리라고 하는 말은 직언(直言)이라는 뜻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도덕 교과서의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상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훈민정음의 내용에 직언이나 도덕교육에 관한 구절은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하였을까?


‘정음(正音)'이라는 말은 다름 아닌 ‘본음(本音)'이라는 뜻이다. 본음은 이음(異音) 또는 변음(變音)의 상대적인 말로써 이음이나 변음은 지금의 지방사투리에 해당되며 본음이나 정음은 표준말을 뜻하는 것이다. 변음이라 함은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에 황제계열에서 쓰던 발음을 뜻하며 정음은 신농(神農) 계열에서 쓰던 발음이었다.

같은 호미라는 말을 가지고 황제(皇帝)계에서는 ‘호미서(鋤)로 표기하고 신농계서는 '호미조(祖)로 서로 다르게 사용하였다.
또 황제계에서 ‘기러기안(雁)' 별신(辰)'으로. 신농계에서는 ‘기러기언(雁)'별진(辰)''누에진(辰)으로 읽었다. 이는 지금도 그 예를 볼 수 있으니 ‘쌀'이 표준어이지만 경상도 변음으로는 ‘살'로 발음 한다든지.

 ‘부엌을 부석'으로 ‘여우를''여시로 발음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 하겠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인 15세기에는 오늘날처럼 교통체계가 발달하지 못한 시기여서 지방간의 교류가 원만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각 지방간의 사투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제주도 사투리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도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세종 임금은 표준음뿐 아니라 사투리도 쉽게 적을 수 있고 아울러 그 당시 국제어인 중국어 발음도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글자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본음(표준음)이라는 결실로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훈민정음>이라는 뜻은 바로<훈민본음>이라는 뜻이므로<백성들에게 가르칠 표준어>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말이 될 것이다. 즉 <훈민정음>이란 백성들을 가르치는 표준말로 교본인 셈이다. 그런데<정음>이 <표준어>의 뜻으로 쓰인 속뜻을 미처 간파하지 못하고 그냥 ‘바른 소리'라고 애매하게 번역하였기 때문에 훈민정음의 창제 의도를 놓쳐버린 경우가 많다.


우리는 누구나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고 과학적인 문자라고 한다. 그러나 막상 외국인들이 우리에게<당신의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과연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마도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떴기 때문에 과학적인 글자며.배우기가 쉬워서 우수한 글자'라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설명으로는 결코 배우기 쉬운 언어가 아니다.소리 나는 대로 적는 글자도 아니며 문장은 띄어쓰기를 해야 하고 또 포토그래픽의 측면에서는 결코 한글이 변별력이 좋게 디자인된 글자가 아니어서 영어처럼 한 눈에 전체의 뜻을 파악할 수 있는 속독에 한계가 있으며 글자의 공간 처리가 미흡하여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글자꼴 만은 아니다.

 더구나 컴퓨터라는 매체를 떠나서 한글의 국제 공용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즉 과학적인 글자라는 것만으로는 넘어야 할 세계의 벽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세계의 석학들은 우리 한글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보내고 있다.


독일의 언어학자 에갈트 박사는 ‘그 나라의 문자로 그 민족의 문화를 측정하기로 한다면 한글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 민족이야말로 단연코 세계 최고의 문화민족이다'라고 하였으며 미국의 언어학자 A.M벨(1867년)은 140년 전에 이미 그런 한글이 있었던 줄도 모르고 ‘지구상에 가장 과학적인 글자는 발성기관의 모양을 본뜬 글자가 될 것이다'라고 때늦은 예언을 한 바 있다.


또 <1446년 한국의 언어 개벽>의 저자인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레드야드 교수는 ‘한글은 세계문자사상 가장 진보된 글자이다. 한국국민들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학적 사치를 누리고 있는 민족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우리정부의 훈장을 받은 바 있으며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에 큰절을 올린 적이 있는 영국의 서섹스 대학의 제프리 심슨 교수는 <문자 체계>라는 그의 글에서 ‘한글은 어떤 자질을 가진 문자이다' 라는 독특한 평을 했을 뿐 아니라''한글은 한국민족뿐 아니라 전체 인류의 업적으로 평가되어야 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라고 하였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로버트 램지 교수는 그의 <한국의 알파벳>에서 ‘세종이 이성적이고 정서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한글에서 나타난다. 한글이 위대하듯 세종도 위대하다. 한글은 그가 남긴 최고의 유산이다'라고 하였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제임스 멕콜리 교수는 ‘한글이 1440년대에 이룬 업적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500년이 지난 오늘날의 언어학적 수준에서 보아도 그들이 창조한 문자체계는 참으로 탁월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죽기 전까지 20년 동안 한글날에는 휴강을 하고 학생들을 자기 집으로 불러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파티를 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국경일에서 제외 한지가 얼마나 되나 현정권에서는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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