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으면 백퍼센트 손해일 것 같은 햇살 좋은 주말, 당진 순성면 남부로에 위치한 아미미술관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곳은 이미 당진의 명소로 유명한 곳답게 주차장부터 빽빽합니다.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폐깡통으로 만든 로봇이 마치 아빠와 아들 같아 참 정겹습니다. 이곳은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앞 다투어 기념촬영에 들어갑니다.미술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홍빛 대봉을 표현한 작품과 누렁이가 누워 뒹구는 모습이 시골집을 연상케 합니다.폐교를 한 미술작가가 2010년에 매입해 미술관으로 만들었다는 이곳은 복도와 교실을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살랑살랑 불어주는 봄바람의 유혹에 이끌려 주말을 맞은 3일 오후 가족과 함께 당진에 유일한 삼선산수목원을 찾아보았습니다.겨우내 텅 비었을 주차장이 제법 찼습니다.가족끼리 연인끼리 손에 손을 잡고 어찌 보면 아직은 황량한 수목원을 향해 정겹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그동안 보관소에 꽁꽁 갇혀 있던 어느 집 자전거는 두 남매 손에 끌려 나와 오래간만에 몸 좀 풀어봅니다. 다행히 댕굴댕굴 바퀴는 잘도 굴러갑니다.목마 태운 아빠도, 목마 탄 막둥이 녀석도 해맑은 웃음이 번지고, 보드 타며 뒤따르는 형님은 의젓합니다. 집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여러 가지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삶과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지난 2월 24일 밤 9시 30분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 스타트 경기 여자 결승전이 치러지고 있었습니다.경기 초반부터 에스토니아 알루살루라는 선수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이 선수는 어느 구간에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반 바퀴 이상을 앞서 달려가면서도 여전히 지쳐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김보름 선수의 경기과정과 결과도 궁금했지만 이 알루살루라는 선수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명절 연휴 내내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때로는 환호를, 때로는 아쉬움의 탄성을 내지르는 모습은 비단 우리집만의 모습은 아니었을 듯 싶습니다.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첫 금메달을 안겨 준 임효준 선수, 윤성빈 선수는 이름마저도 생소한 스포츠 스켈레톤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내어 온 국민이 들뜬 명절을 보내게 했습니다.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최민정 선수가 500미터 경기에서 실격을 당했을 때는 안타까움에 울컥 목이 메기도 했습니다.그러다가 1500미터 경기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을 때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매들 단체카톡방에도 설이 오고 있습니다.“어쩌냐! 이번 설에는 부모형제 얼굴 다 같이 못 볼 것 같네. 엊그제 아기를 낳아서 올 수 없으니까 천안 큰 딸 집에서 모이기로 했어. 우리 부부가 올라가기로 했거든.”“언니도 그렇구나! 우리도 손자들이 한 녀석은 일주일도 안됐고, 한 녀석은 백일도 안됐으니까 날씨도 춥고 움직이지 말라고 했어. 우리가 가서 얼굴 보겠다고. 세월이 가고 자식들 장성해서 시집 장가 보내놓으니까 이제 명절아침 부모님 찾아뵙는 것도 쉽지 않게 되네. 명절 지나고 날 잡아 한 번 찾아
“이거 맘에 들어? 다음에 함께 밥 먹을 때 엄마들 하나 씩 나눠주려고 시간 될 때마다 하나씩 뜨고 있어.”아파트에서 일명 왕언니로 불리우는 교장선생님 사모님께서 함께 운동하고 나오는 길 주머니에서 곱게 뜬 수세미 하나 슬그머니 꺼내 손에 쥐어줍니다.왕언니의 정이 담긴데다가 알록달록 예쁘기까지 하니까 앞으로 설거지가 더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이번 주 목요일 시간 되면 떡볶이 만들어서 엄마들 함께 먹을까? 곧 명절이니까 목요일 아침 일찍 떡가래를 뽑을거거든. 촉촉할 때 함께 만들어서 맛있게 먹자.”“그류 그류. 엄마들 좋아하겠네요.
“서산 00회사 젊은 사람이 이번에 비트코인으로 17억을 벌어서 회사 그만뒀다면서요?”“00회사였어요? 우리 회사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일할 맛이 뚝 떨어지기는 하더라구요”“그러게. 저랑 같은 모임 하시는 분 중 한 분이 아마 그 젊은이랑 같은 회사였나봐요. 그 얘기 듣고 일 할 맛이 뚝 떨어졌다가 이제 겨우 마음 추스리고 일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이 한참 때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해야지, 돈 있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돈도 벌면서 써야지 17억 금방 없어져요.”“
“너무하십니다. 방학인데 집에만 계실겁니까?”춥다고, 감기 걸린다고, 결국 감기 걸렸다고 이런 저런 이유로 꼼짝 않고 있다가 방학을 맞은 늦둥이 녀석의 귀여운 투덜거림 덕분에 오래간만에 안면도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구불 구불 서산 부석면을 통과해 안면도를 향해 가는 길은 사계절 너무나 아름다워서 드라이브코스로 그만입니다. 상상만 해도 참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그런데 며칠동안 내린 눈이 한파에 얼어붙어 곳곳에 블랙아이스가 도사리고 있어서 위험할 것 같아 널찍한 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전하게 갑니다.당진에서 출발해 최근에 개통한 서산IC
지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 미니멀라이프시대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배치해서 삶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비움의 철학이라고들 합니다.그래서 지난 한주간은 내내 비우는 일에 집중해 보았습니다.몇해 동안 입지 않은 옷들, 앞으로도 도무지 입을 것 같지 않은 옷가지들을 헹거에서 하나 둘 씩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애타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트레이닝 바지를 찾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가득 가득 채워져 있던 헹거가 가벼워지니까 한 눈에 들어와 옷을 찾기도 쉬워지고 마음까지
저기 겸손한 할머니 세 분좁은 농로를 걸어 오신다생을 살게 한 흙에허리를 반 쯤 꺾어 계속 절하며 오신다가끔씩 멈춰 서서볼이 움푹 파인 웃음을 보내며짐 보따리 나눠지고 오신다시고 버스는 설경 속을 무심히 지나치는데머리에 흰 눈 한 무더기 꽃처럼 이고등 뒤로 손을 맞잡은 채세월을 향해서도꾸벅꾸벅 절하며 오신다그 화려한 이력 뒤로 하고 논두렁 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태안 시골 마을의 가난한 목회자의 아내이자 시인인 오인숙(한국문인협회)님의 ‘할머니 세 분‘이라는 시입니다. 눈을 감지 않아도 눈 내린 황량한 겨울, 버스에
“이 정도면 혈압약을 드시는게 좋습니다. 왜 안드시려고 하세요?”“여기가 추워서 그런 것 아닐까요? 다시 재 보세요. 그럴 리가.”지난 해 봄, 받은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았습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그럴 리 없다’며 여러번을 다시 재봐도 어쩌면 그렇게 고혈압 마지노선에 딱 걸렸습니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언니도 30대부터 일찌감치 혈압약을 복용해오고 있던 터라 늘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가 현실이 되고 보니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듯 충격이 큽니다.“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살도 안 쪘는데 왠 고혈압?”지인들도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도통 오질 않는지 엄마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홉살 늦둥이 녀석의 수준높은 감사기도가 끝없이 이어집니다.“정말 행복해요. 감사합니다.”“화장을 안해도 예쁜 우리 엄마, 내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 같은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엄마가 없는 친구도 있는데 저는 엄마 품에 안겨서 잘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먹을 것이 없어서 하루 한끼도 못먹는 친구도 보았는데 저는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로봇과학 방과후
겨울이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좋은 일요일 오후 세기의 명산 부춘산을 가족과 함께 오릅니다.당진에서 서산으로 나와 예배를 마치고 저녁약속 시간까지 비어 있는 2시간 가량을 가장 합리적이고 즐겁게 보낼 방법을 모색한 끝에 전혀 계획에 없던 산책을 하기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치마 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오를 수 없으니까 가까운 지인 집에 들러 일명 츄리닝 바지 하나 대충 빌려 입고 마침 차에 있던 운동화를 신고 출발합니다.내 운동화니까 발은 편한데, 벗고 신고 하는게 귀찮아서 도톰한 스타킹 위에 그냥 겹쳐입은 커다랗고 낡은 츄리닝 바지차림은
지난 목요일 새벽 6시. 3박5일간의 일정으로 서푸른실천연대 회원 10여명이 캄보디아로 떠났습니다. 편안하게 즐기고 돌아오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다보니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고 직항을 놔두고 돌아 돌아 하루 꼬박 걸려 지루한 비행을 해야 하고, 화려한 호텔 대신 봉사지 인근 숙소에 머물며, 잘 차려진 뷔페 대신 몇가지 반찬에 조촐한 식사를 하면서도 이들은 마음만은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오지 시골마을 학교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가방이랑 학용품을 선물하려고 회원들이 돈을 모았습니다. 새벽에 출발해 저녁 10시가 다 되어 도착해 피곤할 법
가까운 부대에 상근예비역으로 출퇴근 하고 있는 아들눔이 야간 보초를 서고 퇴근해 돌아올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 대신 사진 한 장이 문자로 왔습니다. 녀석, 밤새 근무 서느라 배고프고 졸릴텐데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고 시내까지 걸어 나가 케익을 준비한 모양입니다. 유난히도 커다란 케익을 들고 온 녀석의 손이 차갑고 벌겋습니다.“축하드립니다”“고마워라. 내가 우리 아들을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냐.”“엄마, 아들이 상근이라 이렇게 챙겨드릴 수 있었지 현역으로 갔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에고 그러네! 생각 못했는데 그것도
공부 좀 한다는 수험생 딸을 두고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앉아 있자니 미안해 1년 내내 지하 헬스장에서 내려와 슬슬 걸으면서 드라마를 보는 이름하여 ‘수험생엄마’가 있습니다. 배꼽을 잡을 만큼 재밌는 내용을 보고서도 집에서는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을 수도 없으니까 헬스장에서 보는 드라마가 이래저래 맘이 편합니다.처음에는 동네 주민들, 운동은 뒷전이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는 이 엄마를 보고 의아해 했다가 속사정을 알고 나서는 모두 그러려니 하고 이해합니다. 이렇게라도 웃어야 긴장감이 풀린다고 하니 동네 사람들, 더
지난 주말 언론인 워크숍이 전남 강진에서 열려 동료들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워크숍을 핑계로 오며 가며 알록달록 물들어 가고 있을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볼 생각에 전날 밤 잠도 설쳤는데 사람 마음은 다 거기서 거긴가 봅니다. 함께한 일행 모조리 같은 마음으로 잠을 설쳤다고 고백해 소리내 웃습니다.“우와~!!! 저 억새 좀 봐요. 너무 이쁘다!!!”“우리 서산이 단풍이 좀 늦게 들지요? 그래도 저 산 좀 봐요. 세상에나 파스텔 물감으로 색칠해 놓은 것 같네! 이쁘다!!!”“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맑게 갰어요. 저 하늘 좀 봐요.
“할아버지, 이 꽃이 더 예뻐요? 제가 더 예뻐요?”“허허허,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손녀딸이 더 예쁘지!”27일부터 시작된 농심테마파크 국화전시장에 28일 오후 들어서니 한 할아버지, 예쁜 국화를 배경으로 꽃보다 더 예쁜 손녀딸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웃음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우와! 여기가 천국 아니에요? 정말 예뻐요!”감성이 풍부한 한 어린이가 잡았던 엄마 손을 놓고 달려 나가 커다란 국화꽃 위에 다소곳이 내려앉은 나비 놀라 달아날까 숨죽여가며 바라봅니다.“아이고 세상에 국화꽃이 이렇게나 다양하네! 탐스럽기도 해라!”딸이랑 사
“과학영재반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버스 타고 왔지요. 오늘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만큼 너무 좋아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랑 과학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기나 할까 싶었는데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이 수학이고 과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제 과학도 수학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으니까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당진에서 20일부터 3일 동안 열린 충남과학축전 행사장에서 둘째 날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핫도그 하나 사들고 분식 포장마차에 앉았는데 천안에서 왔다는 여학생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앉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 어린이가 전통놀이중 하나인 굴렁쇠를 힘차게 굴리며 경기장을 들어오는 퍼포먼스를 펼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추억의 굴렁쇠 하나가 얼마 전 우리집에 굴러 들어왔습니다.“이게 해미읍성에서 굴렁쇠굴리기 대회에 참여했다가 우리 딸이 상으로 탄거유. 이제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데 굴렁쇠 굴릴 일 없을 것 같아서 드려유.”그렇게 지인에게 건네받은 굴렁쇠를 갖고 주말 놀이터로 나갔습니다. 늦둥이 녀석 앞에서 몸소 시범을 보여주겠다면서 온갖 폼을 잡고 굴려보는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금세 나자빠집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