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지났으니 말이지 사실 반신반의 했다. 과연 직접 설문지를 만들 수 있을까? 천명이나 되는 여성들에게 설문을 받는다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어렵게 준비해서 뚜껑을 열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그때는 어떡하지?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지난 7월 3일 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당일 새벽까지 종종걸음 하며 토론회 준비를 하느라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여성회 오윤희 회장을 비롯한 모든 실무진의 상태가 그러했다.이 토론회를 위한 준비는 지난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진어울림여성회 운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자주 보는 유튜브 방송이 있다. 아나운서 부부의 책 소개가 좋아 짬이 날 때 몰아서 보곤 한다. 그 중 아이와 소풍 나가서 있었던 에피소드 편을 보는데 ‘유아차’라는 자막이 눈에 띄었다. 남편이 유아차를 밀고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었다. 세상에나, 유아차라니!어미 모 자가 들어간 유모차. 엄마에게만 육아의 부담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여 다른 단어로 대체된 것이 유아차다. 친모 대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젖어미 유모(乳母)가 아이를 돌볼 때 쓰는 수레라는 뜻을 담고 일본에서 건너온 번역어일 뿐 차별적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연작이 시작된 첫 단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들여다보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강의는 였다. 여성가족부에서 후원하고 당진어울림여성회에서 진행 중인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강의는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조은영 선생님이 맡아주셨다.두 번에 걸쳐 진행된 강의의 시작은 성(性)에 담긴 세 가지 뜻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다. 신체적으로 타고난 성(sex)과 사회·문화적으로 길러진 성(gender), 성적 지향을 가리키는 섹슈얼리티(sexuality)가 그것이다. 이 중 남녀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애나멜 구두를 신고 하얀 치마에 깃털 달린 모자를 꼭 움켜쥔 모습. 영락없는 여자 아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사진 속 주인공은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으로 30개월쯤 됐을 무렵의 모습이다. 사진이 찍힌 1884년 당시는 남자 아이든 여자 아이든 머리를 기르고 치마를 입혔다고 한다.“수세기 동안 아이들은 일곱 살 정도가 될 때까지 (남녀 가리지 않고) 하얀색 치마를 입었습니다. 여기에는 상당히 실용적인 이유가 있는데, 흰 옷감은 때가 타고 더러운 것이 묻어도 다시 표백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낯선 것은 익숙하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 라는 말이 있다. 익숙하면 혹은 익숙해지면 타성에 젖게 되고 안일해지고 편견이 생긴다. 얼마 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들여다보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강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름 하여 젠더감수성 업그레이드. 사실 젠더감수성이라는 단어는 이전에도 자주 들어왔다. 하지만 그 단어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게 된 건 2017년 여름이다. 성평등 전문 강사의 강의를 통해서였다.학습된 무력감이 DNA를 타고 유전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생쥐 실험 영상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
지난달에는 주말마다 대전에 다녀왔다. 내비게이션은 면천 IC를 경유하도록 안내했다. 세 번째쯤 되던 날인가, 당진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서 오세요. 진달래의 도시, 당진입니다.’ 어딜 가나 흔하다지만 애써 찾아보기 힘든 당진의 시화, 면천 IC를 오가는 길목에라도 흐드러져 피어있다면 얼마나 반가울까.진달래 한 번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봄은 턱밑까지 와 있다. SNS 담벼락에는 여기저기 벚꽃 축제 소식이 경쟁하듯 올라온다. 충청남도 페북지기가 소개하는 벚꽃 명소들 가운데 당진 순성 벚꽃길도 있어 반가웠다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자는 시간이 아까워 밤이 늦도록 깨어 있다가 다음날 아침을 걱정하며 억지로 잠자리에 들 때가 많다. 그러니 알람 소리를 못 듣거나 들어도 일어나기 힘든 아침. 일찍 일어난 작은 아이가 귓속말로 나를 깨운다. “엄마, 나야” 게슴츠레 겨우 뜬 눈으로 아이와 눈을 맞추고 팔을 뻗어 꼭 안아주면 아이는 그 짧은 팔로 나를 토닥이며 나머지 말을 전한다. “근데 엄마 햇님이 아침이래!”어렵사리 이불을 밀어내고 식탁에 앉은 큰 아이는 이제 3학년이 된지 한 달이 되어간다. 해 바뀌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방학 내내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 놀라게 하는 핸드폰 진동 알림. 스팸문자라도 받은 양 기분이 나빠진다. 환경부에서, 충청남도청에서, 충청북도청에서 마구마구 안전 안내 문자라는 것들을 날린다. 그렇게 문자폭탄에 시달리기를 벌써 얼마인가. 여러모로 괴로운 나날이다. 사람들 사이에선 시끄럽고 신경 쓰이고 짜증까지 유발하는 미세먼지 문자 차단 방법이 돌고 있다.개학을 앞두고 큰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당부 문자도 이어졌다. 꼭, 반드시, 마스크를 챙겨달라는 당부 말씀. 개학을 하고서도 계속되는 당부, 당부, 또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방송일을 하면서 손에 꼽는 좋은 점 중 한 가지는 일이 아니라면 평생을 가도 몰랐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을 정보들을 기꺼이 알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알게 된 정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은 대국민 서비스 등 성과관리가 필요한 업무에 대해 조직·인사·예산 운영상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하되, 성과에 대해 책임과 보상을 적용하는 행정기관이다. 국립정신병원, 통계청, 재난안전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등 의료·문화·연구·통계 분야 51개 기관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책임운영기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해가 바뀔 때마다 세우는 계획 중에는 ‘한 달에 몇 권 책 읽기’, ‘새 책 덜 사고 있는 책이나 읽기’ 같은 것들이 꼭 들어간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끝없는 책 욕심에 사로잡혀 깔려 죽기 직전까지 고르고 또 고르는 내 자신이 한심할 때도 많다. 결혼 전에는 번 돈의 삼 할은 책을 구매하는데 썼다. 그래도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지갑사정을 살펴야 하는 유부녀가 된 뒤로는 도서관을 자주 들르며 차오르는 갈증을 해소하는 중이다. 물론 책상 한 쪽에는 빌려온 책들이 항상 나를 노려보고 있다.당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새털같이 많은 날 아니 쇠털같이 많은 날 가운데 보름쯤 지난 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하필 새해 새달이다.뭐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고?! 작가협회에서 보내올 신년 다이어리를 기다리며 들떠 있던 연말을 지나 이제 진짜 새해가 됐는데 아뿔싸. 아이들 방학이 딱 맞물려 해가 바뀌었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방학에 돌입했던 둘째가 1월 첫 주를 지나 어린이집에 출근을 시작하며 어미인 나에게도 숨통이 트였다.초딩생인 큰아이는 집에 두고 집을 나섰다. 지난 8일부터 해나루시민학교에서 ‘어르신자서전쓰기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아이들과 디베이트 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아동노동이 정당하다 라는 주제로 찬반 논리를 펼치는 시간. 준비과정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아동노동 착취 현황과 아동인권협약 등의 내용을 들려주고 질문을 던졌다. ‘어느 가난한 나라의, 너희들보다 어린 친구들이 무임금에 가까운 열악한 환경에서 손으로 직접 운동화를 꿰맨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그 운동화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브랜드를 달고 한정판 세일가 만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 운동화를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아동을 노예로 이용한 초콜릿을 연인과,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 지난 달, 전교생이라 해봐야 채 이백 명 아니 백 명도 안 되는 작은 중학교 세 곳 송산중학교, 석문중학교, 고대중학교의 기사를 쓸 일이 있었다. 작은 학교 큰 꿈, 작은 학교 큰 미래, 작지만 강한 학교,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어떤 타이틀로 가야 할까. 몇 날 며칠 머릿속을 맴돌던 단어들을 끄집어내 적어보았다. 좀 더 참신한 표현은 없을까, 달리 대신할 단어는 없을까 고민하느라 마감 전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송산중학교, 석문중학교, 고대중학교는 ‘2019년 당진형 특성화 중학교’로 선정된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40대라 불리는 십 년 가운데 1년이 저물어간다. 이제 다음 달이 지나면 내 나이 40+가 된다. 40, 마흔, 불혹. 공자 왈 세상일에 갈팡질팡 하거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쉽게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어진다는 그 나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끝없이 흔들리는 작은 배였다. 혼란과 미혹의 마흔. 남은 9년의 40대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 다음에 찾아올 50대는 또 어떻게 살게 될까?서울시는 중장년층을 위한 지원정책 및 사업, 상담, 교육, 사회공헌형 일자리, 건강, 재무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
[당진신문=이선우 작가] 수능시험을 보고 얼마 뒤, 나는 대학의 학과들이 주르륵 소개되어있는 두꺼운 책을 들춰보고 있었다. 부모님이 원하던 교대는 끔찍이도 싫었고, 그냥 성적 맞춰 국문과나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던 터라 크게 의미를 두고 책장을 넘긴 건 아니었다. 그런 내 눈에 박힌 여섯 글자, ‘문예창작학과’. 나는 큰 갈등이나 고민 없이 문예창작학과가 개설되어있는 대학을 찾고 원서를 냈다. 지금 그때를 떠올려서일까,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진 것 같다. 합격통지를 받고 엄마와 나눴던 짧은 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당진신문=이선우 작가]‘농산물의 기능이나 화폐 가치에 함몰되지 않고 물품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그리고 ‘그 가치와 의미를 소비자와 나누자.’[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파머스마켓 기획과정은 그렇게 시작됐다.평소 농사일 돕기는 고사하고, 고작해야 1년에 두 어 번 정도 부모님이 길러낸 농산물 판매나 거들던 나는 파머스마켓 기획과정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마음을 빼앗겼다. 친정집의 농산물 판로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찾아준다면, 그 판을 내가 깔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당진신문 이선우 작가] 얼마 전 한국방송작가협회보에 실을 기고문을 의뢰 받고 역시나 마감의 턱밑까지 닥쳐서 겨우 써냈다. 작가협회보에 실을 글이니 작가로서의 나를 돌아보는 내용이어야겠다는 가닥은 잡았지만 그 당시 나는 무려 ‘셀프리더십’을 주제로 한 5회차 강의 자료를 만드느라 내 발등을 찍고 있던 때였다. 마감을 지켜야 하는 삶을 산지 이십년이 가까워오는데도 도무지 이 마감과는 친해지질 않는다!이번에도 역시 나는 당진신문 마감날을 까맣게 잊고 룰루랄라 충남서부평생학습관에 찾아가 자서전쓰기지도사 양성과정 수업을 청강 중이었다. 당
[당진신문 이선우 객원기자] 얼마 전부터 옆동네 한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자서전 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도교수님 한 분과 자서전쓰기지도사 2급 과정을 이수한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인근 고교 동아리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큰 도움을 주었다.)평균연령 80세 어르신들과 만난 첫 자리, 먼저 자아존중감과 우울증 척도를 검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서전 쓰기 과정이 어르신들의 감정 상태에 과연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한글을 편히 읽으실 수 있는 몇 분 외에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라는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제목 그대로 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뤄졌다. 내가 작업했던 아이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안양천이다.1960년대 후반 이후 안양천변으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었고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하천의 원형을 잃게 되었다. 하천의 일부는 복개되어 도로와 주차장으로 이용되었으며, 홍수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직선화시켜버렸다. 생명이 사라진 안양천은 폐수천(1975년, 동아일보)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만신창
일회용 빨대가 코에 박힌 채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해양학자들이 거북의 콧구멍에서 빨대를 뽑아내는 과정이 담겨있는데 보다보다 그렇게 끔찍하고 안타까운 장면이 또 있을까 싶었다. 수백 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매년 10만 마리 가까이 죽어간다고 하니 참담하다. 1997년, 태평양 한가운데서 지도에도 없는 거대한 섬이 발견됐다. 일명 플라스틱 아일랜드. 남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지금은 이런 쓰레기 섬이 다섯 곳 이상이라는 안타까운 보도도 전해진